[덕암칼럼] 이쯤 되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덕암칼럼] 이쯤 되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1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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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또 빗맞았다. 기상청 예보에 지난 3일간  내린 폭우는 애매한 발표로 맞는 것 같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물폭탄 세례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반지하에 살던 국민이 수장당하고 곳곳에 물난리가 났지만, 누구 하나 오보에 대해 미안함을 발표하는 행정 관료나 기상청 관계자의 변명조차 없었다.

지난 4일 국회에서는 임이자 의원이 기상청을 “오보청·구라청이라는 소리를 5년 동안 지겹게 들었을 것”이라며 “오보하고 구라치면 옥외에서 근무하는 건설노동자, 농·어민들의 재산뿐만 아니라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라며 질타를 받고 난리 친지 4일 만이다.

물폭탄을 예보했더라면 살 수 있었던 국민들, 재산상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알고도 안 했다면 바보나 미친것이고 몰랐다면 기상청은 이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는 피해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이 내렸다거나 115년 만에 최악의 폭우 속보를 내면서 이미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 뒷북치는 것이다. 무능의 극치를 달리는 기상청의 1년 예산은 4,537억 원 이쯤 되면 기상청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소중한 국민 세금 거둬서 온갖 명분으로 고액의 장비 갖추면 뭐 할까.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을 다물면 틀렸다는 소리나 듣지 않을 텐데 지난 7월 한 달만 해도 기상청 오보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의 경우만도 비가 온다고 해서 중단했던 일들이 해가 맑아 대기했고 아무 예보도 없어 다시 시작했다가 비에 젖어 엉망이 되는 경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미안한 줄도 모른다면 스스로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 국회에서 큰소리치면 무슨 소용일까. 통상 사람들은 비가 그치면 폭우의 기억을 잊는다. 침수 피해가 나도 그때뿐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 피해 본 국민만 뒷수습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필자가 오랜 취재 과정에서 가장 생생한 기억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이 화재, 풍수해, 폭설, 사고 등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대한 순간적인 장면이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흙탕물이 쏟아지는 계곡의 중심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찍은 홍수 장면, 밤새 쌓인 폭설이 겨울왕국의 포스터를 보여주는 장면, 시뻘건 불길이 살아있는 악마처럼 공장의 곳곳을 삼키는 장면은 지금도 수천 장이나 외장하드에 보관되어 있지만 가장 허탈한 게 자연재해다.

빙판길 출근 차량들이 곳곳에 미끄러져 견인차들이 대목을 잡아도 다시 얼음이 녹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요즘처럼 물난리가 날 때면 당장이라도 오수관 청소와 반지하 주택에 대한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뿐인가, 수중펌프 개선방안과 수재민들에 대한 성금 모금 등 별별 목소리가 나오지만 경북 울진 산불처럼 잠시만 요란할 뿐 다시 정치인들의 비상대책위 구성, 당 대표 선출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리느라 공론의 표적은 다시 서울 여의도를 향한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로 2년 반 동안 온갖 시름을 감내했고 이제 겨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마치고 살만한데 다시 장마가 닥친 것이다. 침수된 자동차만 약 7천 대, 상가에 쌓은 물건들이 빗물에 떠내려가도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국민들은 또 이렇게 지나가는 일들에 묻히게 된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풍수해 피해를 지나가기만 바라야 할까.

국회는 기상법 제17조에 정해진 기상청장 외의 자는 예보 및 특보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할 수 있다고 개정해야 한다. 예외로 정해진 기상예보 업의 등록을 한 자에 대한 검열도 완화해야 한다.

그래서 민간 예보업자들이 전국의 각 지역에서 더욱 정확하고 다양한 예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선진국 위성에서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여 오보율이 높은 업체는 자동 폐업되는 과도기도 겪어야 한다.

언제까지 혈세 낭비하며 틀린 예보에 인적·물적 피해를 감내해야 할까. 기상청은 11일 서울과 수도권의 2차 물 폭탄을 발표했다. 예상 강수량은 20mm에서 80mm, 또는 30mm에서 100mm, 이런 포괄적 강수량마저 또 틀린다면 기상청의 전면 개편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10mm에서 300mm 사이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2차 물폭탄을 예고했다가 소량의 비만 와도 틀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100% 맞는다고 한다. 가뭄으로 힘들 때 지내는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되기에 몇 달간 지내다 언젠가는 비가 오면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첨단과학을 자랑하고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까지 발사되는 작금의 시대에도 기상청의 오보가 계속된다면 이제는 민간 예보업체들의 프로 근성을 가진 경쟁력이 대국민 기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야 한다. 언제까지 하늘의 뜻을 국가가 거머쥐고 있을 것인가. 공무원의 안일한 철밥통이 국민들 불편 가중에 일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구의 지형을 볼 때 대한민국의 영토가 그리 넓지 않은 건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이나 중국도 아니고 좁은 국토 면적에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무지개 색깔 구름데이터를 놓고 기상발표를 하는 장면이 전부라면 그 많은 예산은 민간업체 양성으로 재편성되어야 하고 월급만 꼬박꼬박 축내는 공무원들이라면 즉각 감축 방안을 세워야 한다.

도움은 못될망정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 같은 지적조차 외면하고 시간 가기만, 비가 그치기만 바란다면 구태의 개선은 물 건너가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오보에 순응하며 이따금씩 국회에서 큰소리나 한번 치는 것으로 넘어갈 것이다. 2차 물폭탄이 오보로 빗나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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