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일찍 터뜨린 샴페인
[덕암칼럼] 일찍 터뜨린 샴페인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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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8월 17일, 지난 8월 12일 월차를 쓴 직장인은 13일 토요일, 14일 일요일, 15일 월요일은 광복절과 화요일인 16일은 대체 공휴일은 아니지만, 휴가를 쓸 경우 5일을 쉴 수 있다.

이미 6일·7일 주말과 20일·21일, 27일과 28일이 공휴일이니 대략 11일을 쉬는 셈이다. 3일중 2일은 일하고 하루는 쉬니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박수를 칠일이고 경영인들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복지가 회사 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고민해보는 상황이 대세를 이룬다.

물론 사업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30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서 유급 휴일이며 5인 이상 30인 미만은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같은 대체 공휴일은 올해 들어 3일이 추가됐다. 인원수로 계산할 때 근로자들은 웬 떡이냐며 집권자인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환호하면서 혹여 영세한 사업자의 경우 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해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진국의 근로 기준을 대한민국 사업장에도 적용한 셈인데 어떤 정책이든 현실에 맞게 철저한 검증과 시험 운행이 필요한 것일진대 일단 표가 될 만한 것이라면 보란 듯이 베끼고 보는 무사안일주의가 성실했던 국민성에 변화를 주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굳이 과거 얘기를 할 것은 아니지만 이미 30년 전에는 토요일이 반공일이었다.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만 쉰다는 뜻인데 이후 2주마다 한 번씩 토요일을 공휴일로 정한 이른바 놀토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후 20년 전 주 5일제가 도입됐고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하겠다며 주 52시간 근로 시간의 제한이 공표됐다. 점차 늘어나는 공휴일은 민주국가에서 복지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외형상 화려함 이면에 근로 시간의 단축이 가져오는 영세업체의 상대적 박탈감도 병행됐다.

같은 근로자지만 사업장의 크기에 따라 차별을 가져오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의 출발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쉬는 것을 넘어 노는 것으로 달려가는 휴일의 개념은 주 4일제라는 선거공약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선공약 1호로 주 4일제를 내건 사실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 혁명에 맞춰 도입할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찬반 논란은 20년 전 주 5일제 도입 당시의 상황과 유사했다.

이대로라면 언제 주 4일제가 자리 잡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색은 정치인들이 내고 희생은 경영자의 몫이며 근로자는 점차 휴식에 길들어 근로의욕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진다. 휴식은 노동을 전제로 달콤하고 새로운 근로의 충전을 채우는 의미를 담는 것이지 너도나도 다 놀면 누가 경영에 나설 것이며 결국에는 노동자의 세상으로 전락하여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어정쩡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근로 조건을 흉내낼 것이면 선진국 근로자의 근로 형태나 자세도 병행적으로 수입되어야 할 것이다. 무릇 어떤 일이든 무조건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신중한 검증을 거쳐 우리 실정과 국민성에 맞는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정치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주 4일제와 주 3일제가 안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출산율이 낮아지니 생산 가능한 경제인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병리 현상인데 너도나도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만 꿈꾼다면 누가 3D 업종에 종사하며 누가 땀 흘려 일할 것인가.

외국인 근로자들도 이제 시간이 갈수록 내국인 못지않게 고용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시키는 대로 하거나 임금체불이나 기타 근로조건의 열악함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다. 오히려 주객이 전도될 만큼 고용주에게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며 수틀리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활정보신문을 운영하면서 갈수록 달라지는 고용시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건 근로 기피다. 코로나19가 뒤흔들어 놓은 인력시장의 이동도 문제지만 각종 지원금에 온갖 수당과 불안한 고용이 더욱 취업의 문턱을 높게 만들었다.

이제는 임금을 올려줘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게 현실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아예 문의전화조차 오지 않으니 광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답답하다는 하소연이다.

일자리 없다고 난리를 치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정답은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은 안 한다는 것이 답이다. 설령 출근했다가도 며칠을 못 견디고 연락도 없이 가버리거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인 6개월만 넘겼다 하면 그만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부정수급도 증가하고 덩달아 고용장려금 악용사례도 늘어났다.

2021년 한 해만도 2만 5,756건으로 282억 원이나 되며 놀고먹자는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실업급여로 지출한 돈의 액수만 봐도 2018년 2,940억 원, 2019년 3,489억 원, 2020년 4,800억 원, 작년에는 4,989억 원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반적인 모양새를 보면 이제 복지가 근본적인 취지를 잃어버리고 나태로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점은 허술한 지급시스템도 문제지만 끝도 없이 게을러지는 국민성이 얼마나 무서운 망국병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하니 일 해보라고 고용장려금을 지급해도 2021년 한 해 동안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타낸 액수가 126억원에 이른다. 있지도 않은 유령사원이나 친·인척 허위고용 사례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1년 반만에 15배나 증가했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옛 얘기가 됐다. 주말이면 로또 판매점에 길게 늘어선 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가상화폐나 다단계로 이어지는 한탕주의가 이제 만연하다 못해 열심히 일하는 바보는 더 이상 존재감이 사라지게 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지도자의 역량이 그것을 증명하고 우매하고 선량한 국민이 이용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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