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통계의 날 보나 마나 뻔해
[덕암칼럼] 통계의 날 보나 마나 뻔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01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미뤄 짐작건대 또는 예컨대 라는 말이 있다.

보나 마나 뻔하다는 지레짐작이란 뜻인데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표현된다면 짐작의 대상인 사람이나 결과는 얼마나 어이없고 억울할까. 언제부턴가 통계조사나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샘플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고 또 그것을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논하자면 그럴 것이라는 여론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그런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이라고 인식되면 한번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숫자로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어떠한 상황 설정이나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에 더더욱 통계조사는 사회적 기본요소에 해당된다 하겠다.

오늘은 1995년 9월 1일 처음으로 법정 기념일로 지정돼 올해 들어 28회째 맞이하는 ‘통계의 날’이다. 정식 공휴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행사도 개최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제대로 된 정확성과 수치를 통한 통계가 사회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잘못된 통계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행정적 시행착오는 물론 실질적 수혜자인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으며 이듬해 예산편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통계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보면 정치, 언론, 기업들이 악용하는 통계의 비밀에 대해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통계의 조작을 통해 얻어지는 특정 계층의 이익과 설정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는 여론조사 등 백분율에 의한 수치가 무소불위의 권력과도 연계된다면 이는 필시 중대한 사회적 범죄이자 국민을 속이는 사기극에 불과할 수도 있다. 걸핏하면 그래픽 이미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표를 만들어 마치 상승곡선의 단위조차 헷갈릴 만큼 꼬리를 단 화살표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의료재정이 어렵다고도 하고 노후연금에 대한 탄탄한 미래를 보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심의 여지를 버릴 수 없다.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부익부 현상이 동반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기업의 자율성으로 표현한다면 그 얼마나 모순일까. 여론조성은 허구와 진실을 적당히 혼합하여 표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국민들만 반신반의하다 마는 것이다. 같은 목적이라도 통계를 산출하는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이는 보이지 않는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물가상승을 빼고 임금인상만 거론한다면, 인상된 등록금보다 학자금 대출의 가능성만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제로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올라앉은 젊은 세대들의 비참한 첫 출발이 이미 그런 가정의 도마 위에 올라앉아 있지 않은가. 또 국민연금이 상승했다고 선전할 때 물가상승이 연금 상승을 앞질러 별 소용없다고 말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필자는 적어도 이런 장난질에 국민을 현혹하는 정책은 가증스럽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할 가치가 차고도 넘친다고 본다.

잘못된 통계는 필요한 구성원들간의 불신을 초래하고 특정 계층의 생존권을 박탈하며 어려운 계층간에 서로 으르렁 대는 사회적 이간질을 조장할 수 있다. 대럴 허프가 쓴 저서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자의 소개에서도 대놓고 사기 치는 여론조사에 대해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표본, 평균, 오차, 그래프, 지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때나 경제적 허구를 방어할 때, 정부 정책의 오류를 다시 덮을 때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속이는 부분은 기상청의 발표나 보건 관련 정책 발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비가 올 확률의 발표는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다는 전제인데 아니면 말고식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대놓고 배째라는 식이니 %로 발표하면 좀 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또 틀려도 확률 탓으로 돌리면 감히 누가 뭐라고 성토할 것인가. 때로는 차라리 말을 말지라는 공분을 사기도 하는 기상청의 오보율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들은 참으로 무던하고 순진하고 이해심이 넓은 편이다.

국회에서 뭐가 난리를 치든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배짱도 대단하고, 또한 코로나19 발병 수치를 국내와 국외를 비교하며 K방역이 어쩌고 할 때 얼마나 많은 수학자나 보건 관련 전문가들이 배꼽을 잡았을까. 특히 저출산과 일자리 창출의 예산을 보면 지난 5년간 저출산에 200조를 넘게 퍼부었다.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와 써도 소용없는 걸 알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했다면 이는 관련 담당공직자들에게 낭비한 만큼의 과징금이라도 부과시켜야 한다. 자고로 공무원의 정책이란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따라가기 어렵다. 왜일까. 실패에 대한 뒷책임이나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무조건 전환하는 오류는 실제로 드러난 하나만 극찬하고 아홉 가지의 실패를 감추는 통계의 악용 사례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명언을 남긴바 있다.

물가상승, 기름값, 최저임금, 아파트 가격, 국정 지지도 등 전방위에 적용되는 통계는 사회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있는 그대로만 하자. 1,2,3,4…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설픈 부동산 통계가 영끌을 통해 얼마나 많은 하우스 푸어를 만들어 냈던가.

그리고 그 오류의 책임을 각자의 투기심으로 돌리고 정작 펌프질한 정책의 입안자들은 내가 뭘? 이라고 한다. 사실을 빙자한 거짓말은 제4종의 거짓말이고 거짓말쟁이에게 가장 큰 벌은 진심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