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누군들 멀쩡할까 위대한 침묵
[덕암칼럼] 누군들 멀쩡할까 위대한 침묵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0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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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6월 29일 123분짜리 영화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 제18대 박근혜 前 대통령의 탄핵을 핵심 내용으로 다룬 영화가 양분된 국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등 이미 역사적으로 볼 때 동인·서인, 노론·소론 등 끊임없는 양대 세력의 으르렁거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영화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공개 되지 않았던 증거와 내용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첫 화면에서 촛불이 횃불이 되고 서울 광화문광장은 군중들의 물결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직에서 해고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시작된 박근혜 前 대통령의 비운은 본격적인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날 문재인 前 대통령은 “얘들아,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서명했고 2016년 3월 26일자 북한의 로동신문에서도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한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미르재단 고발장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탄핵의 절차를 밟았다. 끝까지 측근을 지켜야 할 당사자들의 배신과 지금와서 글쎄? 라는 단어로 치부되는 각종 증거들이 그 당시만 해도 차고도 넘치는 물증으로 제시됐다. 그렇게 시작된 탄핵의 끝자락은 4년 9개월이라는 장기 구속으로 이어졌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구속으로 남았다.

필자는 특정 정권에 대한 편견이나 단정적 의견을 내자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前 대통령을 탄핵하는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했다는 점과 호송버스에서 법정으로 가는 불과 30초 사이의 수갑 찬 모습을 아무런 모자이크조차없이 국제사회에 수십 번 반복하며 방송한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점을 논하고자 한다.

적어도 인격의 난도질이나 진배없는 장면들을 보면서 안방극장인 TV를 보는 시청자 중 배움의 중심에 선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나름의 충성을 다하며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비비던 정치인들도 있을진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죄를 묻는 것과 벌을 주는 것, 그리고 피고의 인격은 별개다.

이제 모든 상황은 종결됐고 고맙다던 문재인 前 대통령은 낙향하여 나름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한 분도 편한 날이 없었다. 지난 분들 거론할 것도 없이 현재 근무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중요하고 단임제인 만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대한민국의 국운은 어찌 이어갈지가 중요하다.

앞서 어필한 것처럼 대통령의 실정을 물어 여론조작에 횃불로 탄핵한다면 과연 누가 살아 남을까. 트집을 잡자면 한도끝도 없는 것이고 소위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없다고 했다. 연일 추락하는 국정지지도, 어제 논한 것처럼 여론조사인지 조작인지 알수 없으나 언론보도에는 아예 바닥을 친 대통령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제 취임한지 100일을 남짓 넘긴 초보 대통령임에도 시작부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설령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 떨어졌다고 치자, 그 다음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할 것이고 그렇게 공백이 된 대통령을 다시 뽑을 것인가. 아니면 공백으로 국가의 지도자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 것인가. 결국 누가 그 피해를 볼까.

요동치는 정가, 아우성치는 상가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지금의 작태들이 훗날 역사에 뭐라고 기록될지 의문이다. 여당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비대위를 구성했다가 이준석 前 대표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8명의 직무집행과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로 곤욕을 치른 권 원내대표의 급부상하던 기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국민의힘 판세는 언제 어떤 형태로 돌변할지 예측불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 대통령 유력후보까지 올랐다가 다시 보궐선거로 국회 입성한 이재명 당 대표의 선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거대 야당의 총수가 된 이재명 국회의원, 내부적인 복마전을 타고 불안정한 가마에 올라앉은 이준석 前 대표, 이렇듯 정가는 요동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선출해준 국민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매우 불안정하다. 가장 먼저 정치, 경제가 그러하고 국방과 외교가 그러하다.

국민은 복지라는 명분으로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고 세계 최고의 저출산과 너도나도 놀고 먹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못해 아예 손을 놓으려 하고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일할 사람이 사라졌다. 누가 누굴 탓할 게 아니라 이미 국민들 스스로가 근로의 욕 상실과 한탕주의에 젖어들고 있으며 대통령 이름을 동네 후배 부르듯 너도나도 석열이라 부르는 것은 보통이다.

일국의 지도자이고 절반이 반대했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에 의거 다수결로 선출된 대한민국의 대표임에도 예의를 갖출 줄 모른다. 어찌 되찾은 나라이며 전쟁의 폐허 속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다. 이런 맥락의 문장을 쓰면 태극기 부대 내지 보수 또는 꼰대로 낙인 찍힌다. 이제는 진실보다 무조건 선동적이고 대립과 극단적인 단체 행동에 앞장서지 않으면 퇴보된 계층으로 몰리는 게 현실이다.

집안에서 가장의 위상이 무너지면 가정이 붕괴되고 나라는 대통령의 위상이 곧 국위선양의 지름길이다. 집에서 처·자식이 가장을 무시하고 비난과 편견을 일삼으면 그 가정은 오래가지 못 하고 깨지듯 나라의 유지관리도 마찬가지다. 앞서 어필한 것처럼 제2의 박근혜 탄핵사태가 또 언제 어떤 형태로 재현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당부하건대 새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는 한때 적장이었던 현직 대통령을 야당 총수답게 위해주고 협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그것이야 말로 민심을 사는 것이며 사적인 흠집 또한 덮어줄 여지를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갈라진 국론을 수습하고 민생에 중점을 두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사는 것, 위대한 침묵은 여기서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한 사람의 결단이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위대한 판단이며 국익의 선구자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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