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힘든 30대여 힘내라
[덕암칼럼] 힘든 30대여 힘내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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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절기상 백로가 지나고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추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보름만 지나면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도 지나고 한 달 뒤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에 도착한다. 이 같은 24절기 춘하추동이 인간의 삶에 많은 추억과 희로애락을 선물하니 참으로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인가보다.

문제는 편익과 보다 나은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멀쩡한 자연 위에 군림하려는 온갖 욕심이 상당한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귀촌·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를 전제로 하자면 말이 길어지기에 유튜브를 보면 언제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위권을 맴돌까. 전반적인 사회 흐름을 보면 다들 힘들다 내지는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마치 벼랑끝에 매달린 사람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실제로 현실을 보면 일자리 창출이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는 별 효과가 없고 너도나도 편하게 놀고 먹으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과연 힘든 시절일까.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부국이 되어 복지국가의 그래프를 쫓아갔을까. 일국의 위기는 해당 국가의 자살률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할 때는 그냥저냥 넘어가지만 오죽하면 생을 마감할까도 생각해 봐야 한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두 배나 높고 이는 OECD 평균치인 10만 명당 10.9명보다 높은 23.5명이다.

36.1명. 2020년 매일 우리 곁을 떠난 자살 사망자 숫자다. 십 수년째 1위다. 문제는 이미 사망한 사람보다 유가족들의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며 먼저 사망한 고인보다 유가족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사망자 숫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던 유가족은 불안, 분노, 우울, 죄책감 등 정서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 감소, 자기 결정 능력 저하 등 인지적 변화와 식이장애, 수면장애, 무기력 등 신체적 변화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30대의 자살 상담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려졌던 취업난의 현실화, 가상화폐나 비트코인 등 투자 실패와 대출 부담 등 복합적 경제난이 현실적으로 막막함을 더한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집계를 인용하자면 30대의 심리상담 건수가 2020년 4,788건에서 2021년 7,511건으로 56.9%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올해 7월까지 심리 상담 통계를 살펴봐도 30대가 5,055건으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들의 상담이 늘었다는 것은 결혼, 출산 포기에 따른 삶의 질적 하락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경제적으로 취업이 어렵고 살기가 척박하니 지출 대비 수입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30대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하게 정신 건강이 안 좋은 연령대로 실직, 소득감소 등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목적으로 떠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조유나양 일가족의 사망원인도 조 양의 30대 부모가 주식과 암호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오르면서 극단적 선택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 통계를 보더라도 30대가 44.8%로 가장 많았고 30대 대출자의 소득대비 대출비율도 28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정작 너무 어려워 정신 못 차릴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선 자살률이 낮아지지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황폐해진 살림살이를 제대로 체감할 때 오히려 높아진다.

정보에 민감하고 누구는 가상화폐로 천문학적 돈을 벌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영끌을 부추겼다. 부동산이든, 암호화폐든, 주식이든 투자에 많이 참여한 30대의 몰락은 정부가 예견하면서도 방관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연 우리 사회는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의사는 살리려고 애쓰고,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기를 쓰고 온갖 운동을 하는데 어째 이런 일이 상대적으로 증가할까. 방법이 없을까.

정부는 최근 자살예방법 개정안에서 고 위험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찰·소방관이 자살시도자 등을 발견했을 때 본인 동의 없이도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의 정보를 자살예방센터 등 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일단 가능성이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정안의 배경에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발견된 자살시도자 약 6만명 중 정보 제공에 동의해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된 사람은 약 6%에 불과했고 이는 고 위험군을 방치한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돈을 써서라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이런 부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핀란드나 일본은 이미 관련 예산으로 상당한 인명을 구조한 바 있다. 꿈을 안고 한창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의 척추는 병들어 가고 있다. 이들이 장차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임에도 여전히 정치권은 어르신들의 점유공간이 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빌리자면 40대 미만 연령층의 고독사가 약 62% 늘어났다. 혼자 버티다가 생을 마감하는 일이 노년층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해서 뒤처졌을 때 실제로 잃은 게 없으면서도 당연한 가치를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소득분배의 문제, 부의 대물림 및 자산가치의 급변동 등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는 자신만이 뒤처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하위층인가 중산층인가, 어느 쪽도 아니라면 나름 살만한 사람이다. 30대는 가장 경제적 활동 범위나 열정이 뛰어난 연령대다. 20대는 연륜이나 경륜이 부족하고 40대나 50대는 30대에게 기초를 잘 닦아 살림을 일으킬 수 있어야 성공이 가능한 나이다. 30대여 용기를 내라. 그리고 견뎌내면 얼마 가지 않아 이 나라가 30대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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