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덕암칼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8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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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대한민국 국민이 처음 여행을 가본 것은 대부분 초등학생시절 소풍과 수학여행이다. 이후 중,고등과정을 거치며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고 대학 때는 MT도 가보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업차, 운이 좋아야 해외로 가볼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전 세계를 안방처럼 들락거리던 시절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81년 9월 30일 서독 바덴바덴에서 결실을 맺은 1988년 제 24회 서울 올림픽 유치 이후 10월에는 1986년 제 10회 아시안 게임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부터다. 지금 돌이켜보면 해외여행의 제한적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웠는지 웃음이 나오는 시절이 있었다. 1983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해외여행은 50세 이상국민, 200만원 1년간 은행예치조건을 충족해야만 관광여권이 발급됐다.

1987년 9월부터는 45세로 연령이 낮춰졌고 1988년까지만 해도 40세 이상만 관광여권이 가능했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치러진 직후 1989년부터 전면 자유화가 시작됐지만 그 와중에도 병역 미필자나 해외여행 제한 자는 출국이 금지됐다. 그렇게 시작된 해외여행에서 소비한 비용은 얼마나 될까.

갈수록 증가하는 해외여행비용은 국내 여행을 무색케 했다. 너도 나도 집 나서면 고생이라면서도 캐리어에 김치며 고추장까지 챙겨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짐 부치러 가는 행렬에 줄을 섰다. 필자 또한 베트남, 홍콩, 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공항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고 또 때로는 어설픈 영어로 현지에서 번화가의 뒷골목에 다리품을 팔 때도 있었다. 

막상 가보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국적 분위기와 먹 거리, 볼거리는 낯설다는 기분과 함께 면세점에서 평소 피우던 담배도 구입하고 이륙 시 붕 뜨는 체감으로 이제 한국을 떠나는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보는 한국과 한국에서 보는 외국의 차이점을 느낀 사람은 대 부분 알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에서 한국인들을 지천에서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관광객이 한국여행객으로 도배를 했다. 실제 현지의 상인들이나 공항 대합실의 행렬을 보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관광하면 대한민국이다. 어쩌면 국내 여행은 여행도 아닌 상황에 직면했고 외국을 나가야만 다녀온 듯한 만족감을 느끼지 오죽하면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도착지도 없는 이륙상품이 인기를 끌었을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이미 성숙한 여행객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일부 한국인들의 추태는 이루 말할 나위도 없이 빠르게 번져갔다. 베트남에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가다 보면 어린아이들이 “천원만”을 외치며 어설픈 수 공예품을 내미는가하면 일단 손만 벌리면 얼마라도 던져주던 습관에 젖어 한국인은 언제부턴가 “봉”이 돼버렸다.

뿐인가 이제는 동네 강아지도 출국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과거 해외여행의 무용담은 대단한 자랑거리였다. 사진은 물론 기념품, 심지어 명품 몇 개만 사오면 여행경비 빼고도 남는다며 시도 때도 없이 출국하던 시절도 있었다. 자로고 못된 것은 가장 빨리 배운다 싶을 만큼 한국인들의 저력은 여행에서도 빠지질 않았다.

특히 선출직공무원으로 뽑힌 시, 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외유성 해외여행은 당선에서 얻은 전리품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관광일정으로 도배를 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혈세로 짜여졌다. 그러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가자미눈으로 째려보자 수행할 공무원과 측근들 외에 말나올만한 분야에서도 조금씩 챙겨가는 풍습(?)으로 발전됐다. 

경기도 A 시의 모 단체장은 도의장 시절 해외로 돌아치다가 리더 직에서 짤리고도 모자라 시장재임2년 동안 13번이나 다녀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로 발목이 묶였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렇듯 관광은 그 본래의 목적대로 타국의 문화, 역사, 풍습, 음식,. 등을 돌아보며 진정한 삶의 향연을 즐겨야 함에도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정치인들의 찬치로 전락했고 지금도 이러한 어둠의 발자취는 계속되고 있다. 

말이 많아지자 이제는 외형적으로 업무적 방문지를 정해두고 실제로는 관광으로 일정을 채우는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도 작금의 현주소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잖은 한량들이 그러하단 뜻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199만 명에서 2018년 2배 늘어난 2,869만명, 올해는 년 간 3000만 명이 출국했다.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의해 제정된 매년 9월 27일은 세계 관광의 날이다. 한국에서도 이날을 기려 관광의 날로 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념식과 관련 행사를 거행했다. 공해없는 관광산업은 자국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외화유입과 함께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은 물론 식상한 코스로 안내해 가이드 팁만 챙기는 안일한 대처가 상당했다. 한번오고 나면 다시는 안오겠다는 뒷말을 듣노라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오래전 필자가 베트남 뒷골목으로 특별취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 현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들이 호치민 일대의 룸 싸롱을 다니며 호색행위를 했다는 제보였다.

 당시만 해도 일명 “태극기 꽂기”는 당연한 시절이었지만 국민세금으로 정치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면 일명 쎅스 관광을 즐겼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현지인들의 도움을 뒷골목을 뒤지며 취재한 결과, 모든 건 사실이었고 당시 정권의 실세들로 구성된 패거리들을 심층취재로 보도했지만 이른 바 윗선(?)에서 가위질 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은 일단 국내부터 다녀보고 한국인의 대외적인 민간대사임을 자각하여 성숙한 관광객의 수준으로 갖춰야하고 정치인들은 쓸데 없는 외유성 관광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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