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사수첩] 자살생존자를 아시나요?
[박미경의 기사수첩] 자살생존자를 아시나요?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09.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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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자살생존자라는 말이 있다. 자살생존자란 자살 당사자 주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른다.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적어도 6~7명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위기관리면에서도 이들 6~7 사람을 자살고위험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으로 자살유가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아들의 혼사가 성사 직전 자살유가족임이 알려지게 되어 깨졌다. 

지난 9월 6일 세계자살예방의 날 주간 기념으로 서울시민 생명사랑의 날 축하공연 온라인 기념식이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오전 10시 반부터 한 시간동안 진행되었고 유튜브로도 송출되었다. 

이 날 토크콘서트와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시상식,자살예방촛불캠페인 안내,축하공연 등이 있었다. 축하공연은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운영하는 유가족모임 자작나무에서 발족한 자작나무 합창단이 첫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을 한 합창단원 12명은 모두 자살유가족이다. 단 한 분 자작나무센터 직원 백현정 상임팀장만 유족이 아니다.

이날 지휘는 전 광운대교수이며 작곡가인 백하슬기 씨가 맡았고 피아노 연주는 김진주 연주가가 맡았다.

백하슬기 작곡가는 지도하는 내내 본인에게도 힘이 되는 시간이었고 작사를 공동창작도 함께 한 단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자살유가족들이 여러 달에 걸쳐서 연습하고 만든 자작곡이 발표되었다. 작사는 자작나무 유가족들이 만들었고 작곡은 강사이자 작곡가이신 백하슬기씨가 담당했다. 당일 피아노 연주는 김진주 연주자가 담당했다.

가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움을 그려봐./니가 좋아하는 색으로//.그리움은 무슨 색일까?/ 가보자 모래밭으로.//모래밭에 그리다 /밀려온 파도에 사라져.//또다시 그리고 그리다 /보고 싶어져.//젖은 모래 위에 그리움을 그려봐.//어떤 자욱이 남을까. 너를 사랑해.//그리움의 빛깔이 모래밭에 떨어져 /흔적,기억,추억 아련한 지난 날이 떠올라.// 돌아갈 수 있을까? 빛나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너와 함께 했던 그 날로 //꿈만 같았는데 정말 꿈이었나봐.// 길고 긴 꿈을 꾸었나? 모든 게 낯설어져.//(작사: 자작나무 합창동아리, 작곡: 백하슬기) 

이어지는 노래는 유가족들이 혼자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의미로 ‘혼자가 아니야.’(작사: 박후락, 작곡: 백하슬기)가 밝고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이들이 사랑하는 그리고 그리는 이들은 이제 세상에 없다. 하지만 참척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끼리 서로 쓰다듬고 하나씩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그지없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성폭행 후유증으로 딸을 자살로 잃은 ‘두자매 자살사건’의 어머니 장연록씨도 이번 합창단 공연에 참가해서 공연 내내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큰딸 가해자 처벌 1인 시위 현장에 나가는 그녀. 합창동아리 자살생존자들의 슬프고 아픈 노래를 세상에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율 1위, 노인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자살 사망자수는 1만 3352명으로 2020년의 1만 3195명보다 157명 늘었다.

2019년(1만 3799명)보다 줄었지만 여전2021년 OECD 평균 자살률은 10만명 당 10.9명인데 반해 한국은 23.5명이다. 자살생존자들의 자살율은 일반인보다 8배 이상 높다. 이 중 주목할 점은 20대 여성의 증가이다. 10대,20대의 자살률도 늘어나고 있다. 

예방센터에 나와서 활동하는 자살생존자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그 많은 자살 생존자들은 다 어떻게 아픔을 견디고 있을까? 자살생존자들의 증언에세이로 동생을 잃은 김도경 작가의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와 어머니를 십 대 때 잃은 김세연의 「세번째 이별의식」등이 있다.

김도경 작가는 슬픔에도 끝이 없고, 사랑에도 끝이 없다. 슬픔의 진행 과정은 예측불가능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든 무의미하다. 생존자들에게 서둘러서 빨리 잊으라고 재촉하듯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담담하게 책 속에서 말한다. 

그동안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내 ‘자작나무’에서 유가족들이 집필한 유족에세이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네 사람의 이야기」,「천천히 모퉁이를 돕니다」,「달밤의 문장들」이 있다. 

고선규 애도상담전문가는 자살이 정말 개인의 일일까? 친구·가족·국가·사회에서 구명조끼 하나 전져주면 극단의 결말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혜신 박사 역시 누군가 귀기울여 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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