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난 사람 날 사람 정치가 문제
[덕암칼럼] 난 사람 날 사람 정치가 문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12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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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br>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적시적소에 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국민들이 태평성대를 누릴진대 최근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필자가 얼마 전 30대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위험한 수준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오늘은 50대에 대한 미래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논한다. 50대는 인간이 태어나서 연륜과 경륜이 적절히 누적된 인적 재원이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세대다.

필자 또한 50대 후반으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면 나름 파란만장한 날들이 있었다. 아직은 희망을 꿈꾸며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는 나이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가정의 해산으로 혼자 고독하게 살다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들이 점차 늘어간다.

불과 2년 전 3살 터울인 필자의 동생 또한 코로나19의 산을 넘지 못하고 뭐가 그리 바쁜지 먼 길을 떠났다. 남의 일만 같았던 일들이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글을 쓰는 지금도 목이 메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50대들의 마지막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았다.

흔히 말하는 고독사란 유언 한마디 들어줄 사람없이 혼자 견디다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인데 대부분 한참이나 지난뒤 발견되기에 사체의 상태가 그리 온전하지 못하다. 그렇게 생겨난 직업이 망자 뒷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성업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밑바닥을 헤매다 보니 행정복지센터의 무연고 처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명 지옥고, 지하에 있는 반지하, 옥상에 있는 옥탑방, 한 사람 겨우 누울 수 있는 고시원 등에서 사망하는 이들의 환경을 보면 과연 이곳이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일까 싶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50대의 어두운 그림자는 지금도 언제 어느곳에서 누구를 데려갈지 모르는 저승사자의 고객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취득한 자료에 의하면 홀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18년 2,447명에서 지난 2021년 3,603명으로 4년만에 1.4배나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았는데 50~6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많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어 명예퇴직이나 하던 사업이 실패할 경우 이들의 갈곳은 전무하다. 경제력을 잃는 순간 가족관계, 사회관계가 무너지면서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력을 잃고 홀로 사는 사람들끼리 인간관계를 형성해 주거나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명피해다.

이미 태어난 사람을 난 사람이라 하고 이제 태어날 사람을 날 사람이라고 하자. 날 사람 걱정하며 막대한 저출산 예산으로 5년간 200조를 퍼붓고 일자리 창출한답시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뻘짓을 한다. 안 해도 될 일을 억지로 만들고 그렇게라도 푼돈으로 겨우 허기를 면할 만큼 서푼으로 줄을 세우는 현실, 그러는 동안 정작 중요한 30대, 50대, 가장들의 현실과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없어질까. 최근 정부가 인구절벽과 도·농간의 벌어지는 격차를 해소한다며 또 막대한 예산을 세웠다. 상식적으로 초등학생도 알만한 허술한 정책을 누가 신뢰하며 도시로 향하는 길을 멈출까. 죽어라 농사지어봐야 쌀값 폭락에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평생을 허리가 휘게 노력해도 아파트 한 채 샀다 팔면 수 억원의 차액이 생기는 세상이니 원인과 과정을 빼고 결론만 떠드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다. 그 많은 병원들이 나름 먹고 살지만 산부인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인술을 펼치려 해도 운영이 되어야 버틸 수 있는 것이지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풍토 속에 무슨 대책이 있을까.

모 단체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2년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13곳이 인구가 소멸되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각 지자체는 온갖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인구유입에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그런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10년간 1조원씩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하여 최고 A등급을 받은 충남 금산·전남 신안·경북 의성·경남 함양 4곳이 210억 원씩, 최하위 E등급 15곳은 112억 원씩 배분했다.

돈으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데 지금 뒷북을 치고 있는 형국이 후자에 속한다. 엉뚱한 곳에 귀한 혈세를 낭비하며 탁상공론에 그칠 게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난 사람들이라도 챙겨봄이 어떨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진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 조금만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정책이 더해 질 때 그나마도 살아있는 30대, 50대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빠져 나가면 학교가 가장 먼저 폐교하고 그 다음이 대형 할인마트, 도시기반시설은 상업, 유통, 요식업 등 순차적인 철수가 시작된다. 나중에는 그 흔한 자장면 한 그릇 배달해올 곳이 없어지면 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버티고 싶어도 떠날 수밖에 없는 황폐한 지방,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 국토균형발전 법을 정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낭비했던가.

그래서 성공했다면 다행이지만 지금와서 그 책임을 누가 질까. 정부기관만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실질적 이유는 모두 제쳐둔 채 근시안적 대안만 되풀이 하니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돈을 쓸 때는 국회 맘대로 정할 게 아니라 어디에 써야 맞는 것인지, 국민에게 물어보고 써야한다.

이제는 국민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여 알고도 잘못 쓴 것이라면 책임도 병행시켜야 한다. 그래야 신중해질 것이다. 예산 따온다고 박수칠 일이 아니라 잘못 쓴 의원은 절대 찍어주지 말아야 한다. 이제 1년 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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