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역사는 흐른다
[덕암칼럼] 역사는 흐른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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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로도 불렸던 국민애창 동요 ‘역사는 흐른다’의 첫 대목이다. 이 노래가 이 가을 새삼스레 상기되는 것은 천년을 살 것처럼 온갖 폼을 잡아도 결국 흐르는 시간 속에 역사의 한 대목이 남을 뿐 그리 별난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오늘은 여러모로 정치와 국민들간에 아픈 사연이 얽힌 날이기에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어떤 일이든 당사자가 아니면 그리 와 닿는 게 없는 게 인간사다. 지하철 폭발사건이 나든, 제천 사우나 화재의 주인공이 되었든 아니든 뉴스의 짧은 단면에 그칠 뿐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어떤식으로든 그 고통이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

가령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오늘은 故 노태우 前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날이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의 권한으로 범죄와 폭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발표한 날인데 일명 10·13 특별선언이라고도 불린다. 이 선언으로 전국에서 활개치던 조직폭력배들이 일제히 소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으나 의사가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실적 위주의 수사와 검거과정에 죄 없는 시민들도 상당수 섞여 고통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사건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이 대외적으로 폭로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권력이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희석용으로 발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어쨌거나 3가지 내용을 중점으로 시도된 사회정화의 일환이었는데 마지막 내용이 지금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과소비와 투기, 퇴폐·향락을 근절하여 일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요즘같이 일하지 않으려는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범죄와의 전쟁에서 폭력배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설치다가 잡혀간 경우, 독자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억울할까. 당사자 입장에서는 하늘이 노래지는 경우이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휩쓸려간 자신의 운명이 기가 막힐 일이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혹여 시대가 혼란하여 죄 없이 휩쓸려가더라도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저 난국일 때는 머리 숙이고 쥐죽은 듯 조용히 세월 보내는 것도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나마 10년을 더 앞서 저질러진 故 전두환 前 대통령의 삼청교육대는 국민적 공감대라도 얻었지 주먹 한번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잡혀간 인물과 친분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독자들은 그 어떤 사건·사고나 국가적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고 백년 장수하길 바란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폭력이 사라져서 평화가 온 탓인가. 10년 뒤인 2000년에는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이다. 2000년 10월 13일 대한민국은 경사를 맞이했다.

어떤 대통령은 연이어 국민들 들들볶아서 못살게 하는 반면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은 근대사회 최고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성역이 되었고 아시아문화궁전법으로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어 성역중 성역이 되었다. 수조원대의 건립 비용은 물론 대통령 이름을 전제로 한 컨벤션 센터, 도청에 설치된 김대중 홀, 연세대학교에 김대중 도서관, 경기북부도청에 설치된 김대중 홀, 양주 평화의 댐에 설치된 김대중 동상, 서울의 김대중 평화재단, 동교동의 김대중 도서관 등 특정 대통령의 흔적에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것이 대조적이다.

노벨평화상이란 어떤 상일까. 당시 군나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원래 노벨평화상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6가지 노벨상 중 하나인 노벨평화상은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대한민국 인권과 남북한 관계개선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특정인의 치적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벨평화상이 국격을 높이고 남북한의 통일 물꼬를 텄다면 다행이지만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이후 그다음이 어찌되었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 특정 정당의 배경이 되거나 사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심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산자들의 당쟁이나 권력의 지각변화는 산자들의 몫이다.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인물을 손으로 꼽자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들 수도 있고 앞서 거론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노래가사처럼 현재의 우리민족을 위해 참으로 많은 위인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을 사후에도 막대한 국고를 들여가며 영웅시 하는 것은 재고해볼 일이다. 위인은 위인으로서의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 현존하는 권력의 배경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북송금으로 논란이 있었던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故 김정일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의 대가로 노벨상 수여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 또한 되짚어볼 일이다.

언제까지 호남지역에서 ‘우리의 김대중 선상님’으로 추앙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前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정다운 담화를 나눈 지 불과 5년 만에 현재의 상황을 보라. 전직 두 대통령의 노력이 현재는 어찌되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남북의 상황이 개인의 치적에 더는 들러리 되지 않아야 한다.

통일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헛기침 한마디보다도 못한 영향력을 갖췄다면 더는 쓸데없는 예산낭비 말고 각자의 정부방침대로 헤쳐 나가야 맞는 것이지 떡줄 놈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만 연신 마셔대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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