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그날은 축복의 날
[덕암칼럼] 그날은 축복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2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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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생리는 여성들만의 고유영역이다. 청천에 뜬 명월이 한번 바뀌는 주기를 월 이라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행사(?)를 월경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평균 월경주기는 28일인데 배란일에 난자가 자궁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정자가 오지 않으면 스스로 생명을 다하고 혈액과 함께 외부로 방출되는 것을 이른바 생리라고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18세나 되어야 겪을 일을 작금의 시대에는 육체적 성장이 빠른 덕에 대부분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40대나 간혹 50대 초반까지도 동행해야하는 친구이며, 그리 만만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성가시던 친구도 어느 때 부턴가 작별을 고하며 이른바 폐경기에 임박해서야 가임여성의 신성한 축제는 끝이 난다.

작게는 집안의 대를 잇고 나아가 민족의 후손을 생산하는 위대한 모체이지만 생리가 끝나는 폐경기는 출산을 했든 안했든 여성의 일생에서 주어진 소명도 다한 셈이다. 설령 출산을 했더라도 상체에 빼앗긴 모유 때문인지 하체의 생리가 몇 달간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성과의 교제에서 생리가 끊긴다는 것이 임신의 징후이므로 예정되지 않은 일이라면 2차적인 고민을 해야 하지만 출산을 기다렸던 부부의 입장이라면 이만한 경사도 없는 셈이다. 이렇듯 생리는 단순한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신비한 인체의 일부분으로서 새로운 생명을 출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축복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러하던가. 여성들이야 자신의 신체와 직결된 부분이니 세심한 신경을 쓰겠지만 남성의 경우 본능에만 충실할 줄 알았지 사후 처리는 여성의 당연한 책임으로 전가하는 게 대부분이다. 필자 또한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이기에 앞서 의료특강의 설립자로서 산부인과 강의를 수 십 번도 더 들었으니 여성의 신체에 대한 배려가 남성의 책임이자 예의라는 점을 전제한다.

임신 가능성의 기간에는 정자 생존기간 5일, 난자 2일을 고려할 때 생리주기가 26~32일 사이로 규칙적이지 않으면 일단 임신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산부인과의 폐원 원인은 가임여성들이 급격히 줄고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통계기도 한다. 더 세부적인 내용을 논하자면 지면의 한계로 오늘의 주제인 초경에 대해서만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한다.

오늘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초경의 날이다. 당연하고 당당해야할 신체적 경사가 생리대를 구입할 때부터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아야 하는 부끄러움의 출발인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면서 그렇게 민망하지 않아도 될 일임을 알게 되는데 처음 겪는 입장에서는 온갖 고민과 두려움은 물론 당사자만의 일로 치부했다가 뒤늦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겪어야 할 신체적 변화임에도 요즘처럼 핵가족화가 심각한 시점에 편히 의논하고 상황을 설명할 대상이 부족하다는 것도 대안이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저소득계층이나 가족 구성원중 동성이나 가까운 친구가 없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물론 당사자만 겪는 문제이자 언젠간 문제가 아님에도 문제라고 여겼던 일이겠지만 일선 학교 양호담당이나 상담실이 운영 중이니 다행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되는 초경은 첫 경험이자 사춘기로 접어드는 일종의 신호탄인 셈인데 이 시점에는 주변의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오죽하면 6년 전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깔창 생리대 이야기가 뉴스 소재로 보도되었을까. 구입가격이 부담스러워 생리대 한 개로 하루를 버티거나 친구에게 빌려 쓰는가 하면 양호실에서 가져다 쓰며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아직도 있고 급하면 티슈로 대체하는 아이들이 있다하니 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신체적 사이즈와 출혈량에 따라 다양한 크기도 보급되고 있으니 과거 월경포로 대체하던 우리네 어머니 시대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저 출산을 논하기 전에 그 출발점이 어디인지 왜 보호되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현실적인지도 정책에 고려되어야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필자가 주장한 많은 공약 중 하나가 보급형 생리대의 무상공급이었다.

고기반찬에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배고픔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고독사를 맞이하는 일이 없는 나라, 학대에 못 이겨 가출을 해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성장하면 어떤 인성을 갖게 될지 진지하게 걱정하는 행정, 생리대조차 없어 신발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일이 뉴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자본주의 구조에 무한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복지 국가의 기본은 뭐 그리 대단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민생고부터 해결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법의 날 또는 그날로 상징되던 생리는 이제 감춰져야할 개인의 의기소침할 부분이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에서 작은 관심으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소녀들의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어제 같은 날을 위해 모 제약회사에서는 초경의 날 맞아 한 템포 더 따뜻하게라는 봉사 캠페인을 개최하기도 했고 매년 생리대를 기부하던 정기 후원을 올해에도 18만 2,400 패드나 기부하는 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 2022년 현재 초경의 평균 연령은 11.98세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인데 애초에 바다가 이전에 강이었고 이전에 계곡과 샘물이었듯, 저출산 문제는 위대한 가임여성들의 신체를 보호하는데서 비롯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의 자궁은 초경 때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전국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의 양호실에 보급형 생리대를 무상 공급하는 시스템은 진작 마련되었어야 한다. 5년 동안 200조가 넘게 퍼부은 세금 중 이런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은 현실적이면서도 전무했던 지금까지가 있었다.

국회에서 개정법안으로 대표발의 할 대목이다. 얼마 전 당선된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생색내며 펼칠 만한 정책이다.표가 필요하지 않던가. 소녀들도 곧 유권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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