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차 떼고 포 떼고 이 겨울 어찌 나나
[덕암칼럼] 차 떼고 포 떼고 이 겨울 어찌 나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01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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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1월의 첫날 아침저녁으로 실외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점차 쌀쌀해지는데 빈부 격차가 심한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이 겨울 어찌 날까 싶어 한마디 한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뭔 짓을 하든 열심히만 하며 밥은 먹을 수 있었으며 조금 남다른 기술이다 싶은 기능공들은 제법 괜찮은 수입을 모아 집이라도 한 채 살 수 있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고 했음에도 걸핏하면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온갖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는 통에 안 써도 될 예산을 허울 좋은 이름 붙여 만들고 정부는 만든 법에 따라 집행할 수밖에 없으니 서 있던 국민들은 앉게 되고 앉아 있던 국민들은 누우려 한다. 옛말에 앉으면 눕고 싶고 말 타면 종 앞세우고 싶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참으로 성실하면 대한민국 국민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고 감동하던 독일국민들도 이제 한국에 대한 인식은 눈부신 발전만큼 호평이 따르진 않는다. 문제는 게으름이 습관이 되고 연장이 녹슬면 다시 일할 의지나 근로의욕은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약 12조원의 지난해 실업급여 가운데 무려 8조원 이상이 실업급여 하한가 적용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업급여 하한가가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대폭 오르면서 하한가 적용 혜택을 누린 실업자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32만 명을 넘어섰다. 누구는 실업수당에 정부의 지원책을 잘도 다 먹는데 자신에게는 높고 높은 문턱이다 보니 타 먹는 방법도 모르거니와 어설프게 신청했다가 외려 퇴짜만 맞으니 실망감과 분노만 느끼게 될 뿐이다.

그나마 문둥이 콧구멍에 마늘을 빼먹는다고 돈도 없는 서민들에게 걸핏하면 정부의 지원금 어쩌고 하는 전화 사기가 판을 치고 있으니 허기진 자가 그림의 떡을 먹으려다 더 배고픔만 느끼고 있던 서푼 마저 날리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공무원만 되면 평생 철밥통을 찰 것만 같았던 꿈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다른 탈출구는 찾는 현상이 늘고 있다. 100대 1을 기록했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대 1로 떨어졌고 7급 공무원 경쟁률도 43년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한 해 사표를 낸 5년 차 이하 공무원은 1만 명을 넘었다.

공무원이 이 정도면 일반 서민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일할 사람이 없는 현장, 일자리가 없다며 아우성치는 근로자, 대체 앞뒤가 안 맞는 현실 앞에 누구 말이 맞는지 현장을 확인해 보았다. 일단 대한민국에 불법 체류자들이 얼마나 되며 이들이 한국 땅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이미 오래 전부터 새벽의 구직센터를 수도 없이 찾아본 결과 한국인 노가다(건설현장을 의미하는 일본말)일꾼들이 요구하는 인건비의 약 60%선을 받고도 줄을 서던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인들의 일거리를 새치기 하던 시절이 있었다.

몸을 사리며 느릿한 동작의 한국인, 걸핏하면 다쳤다고 산재 처리나 해달라는 사람부터 퇴근시간만 기다리니 누가 한국인을 고용할까. 반면 조선족이나 외국인들은 낯선 한국에 와서 먹고 살기위한 통로가 한계적인 만큼 험한 일도 마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해 두해가 가고 밥상을 빼앗긴 한국인들은 추운 겨울날 일거리도 못 구하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늘어만 갔다.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자를 차단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이라도 요구할라치면 위조주민증 만드는 전문가들이 개당 1만원에 얼마든지 만들어주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장에서 위조인지 몰라서 받았을까. 필자가 취재도중 알게 된 건 알고도 속아주는 것이 다반사다. 한국인들 스스로가 게으름으로 판 무덤에 실직난을 가중시킨 것이다. 그러던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차지하자 이제는 인건비를 서서히 올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불법 체류자들이 더 활개치고 고용주들의 군기를 잡는 상황으로 변해갔다.

한창 출하시기에 한시가 급한 농촌에서는 일하러 오기로 하고도 인건비를 더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사정사정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일명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정부가 도입한 지 7년이 지났다. 명칭만 그럴듯했지 사실 불법이라는 멍에만 벗겨줄 뿐 중간 브로커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이래저래 고용인들만 속 태우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고용인들은 비싼 소개비만 뜯기고 계절근로자 일부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소개비로 돈을 뜯긴 계절근로자 또한 별로 남는 게 없어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 허술한 정부의 인력 수급책이 가져온 폐단이었다. 그렇게 누적된 불법체류자들이 얼마나 될까.

올해 상반기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5천명이 넘었고 필리핀에 이어 베트남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가 대부분 차지했다. 물론 무단이탈은 사전에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행정의 허술한 구멍은 숭숭 뚫려 있었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지난 6월 기준 39만4천명을 넘었고 9월 기준 40만 2천명을 초과 달성(?)했다.

일하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일자리를 분야에 상관없이 무차별 점령하는 무법천지다. 뭐가 문제일까. 답은 간단하다. 출발은 정치인들의 얄팍한 욕심이다. 온갖 명분으로 국민에게 사탕을 주고 사탕은 치아를 썩게 하며 딱딱한 것은 씹지 못하는 치아로 살다가 영양가 있는 음식은 남에게 다 빼앗기고 뒤늦게 허기진다고 아우성치면 더 당분이 높은 사탕을 준다고 공약한다.

그 말에 표를 던지고 주 4일제는 물론 아예 놀고도 잘살 수 있다고 분명한 거짓말을 한다. 속이는 자가 문제일까 아닌 줄 알면서 속아주는 자가 문제일까. 둘 다 공범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제대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하며 남의 밥그릇을 축내는 자들은 과감히 추려 내야 한다.

그리고 더 습관되기 전에 부지런한 국민이 되도록 진실성 있는 호소와 강력한 리더십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10년 이내 적잖은 국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군림당할 것이며 그들보다 더 험한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으로 복종하는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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