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얼어붙는 금융, 다가오는 경제 한파
[덕암칼럼] 얼어붙는 금융, 다가오는 경제 한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2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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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돈은 돈다고 해서 돈이라 한다. 자금은 강물처럼 돌고 돌아야 농토를 기름지게 하듯 모든 분야에 걸쳐 영양분을 공급하게 되는데 어느 한곳에 멈추거나 특정 공간에 쌓이게 되면 동맥경화증처럼 피가 흐르지 않는 곳은 저리고 아프다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이 세상의 종말이 오도록 방치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비가오지 않는 물 가뭄이 지금은 돈 가뭄으로 변해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욱 극에 달하게 한다. 이러한 빈부격차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딜 가든 공통된 현상인데, 어느 정도만 비슷하게 살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 행복을 누릴 수 있음에도 자본주의 생리상 그게 쉽지 않다.

필자가 나름 혜안으로 들여다 본 한국사회는 이렇듯 어려워야 할 나라가 아니다. 모든 게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오늘은 조만간 닥쳐 올 돈의 한파에 대해 어설픈 예고를 한다. 미뤄 짐작컨대 정치권에서 대형 사고를 치거나 권력의 이동 과정에 거대한 돈의 태풍이 불어 닥치면 그 피해는 피라미드처럼 뿌려져 결국 일반 국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누가 어떤 식의 사고를 쳤는지 적시한다면 힘없는 필자가 송사에 휘말려 덕암 칼럼마저 중단될까 우려되므로 대략 접고 현재 일어나는 현상만 종합해 보자. 대통령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에게 검찰의 칼날이 정조준하는 반면 이태원참사를 시작으로 전 분야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집회가 우연일까.

더욱이 화물연대의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되면 그 피해의 당사자는 국민이다. 침묵하며 묵묵히 일하는 99%의 국민들, 정치인들 진두지휘에 부화뇌동하며 죽기 살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앞서 거론한 돈 가뭄의 출발은 대출금지, 금리인상도 문제지만 물류대란에 이은 모든 원자재 값 인상, 도미노처럼 번지는 자금난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용이 좋아도 돈 빌릴 곳이 없으니 그나마 신용불량자들과 담보할 재산도 없는 부류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을 샀다가 이자도 못내 경매 처분되는 비중이 증가하고 2금융, 3금융까지 문을 두드려도 열릴 줄 모른다. 사람이 하루·이틀은 굶어도 열흘은 못 견디고 1분·2분의 숨은 참아도 3분이 넘어가면 그 다음은 시간이 갈수록 참기가 점점 더 조급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이라도 있으면 대출내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은행 문턱은 높아만 가고 담보가 있어도 뚜렷한 수입 근거가 없거나 고령이라서 상환계획이 불투명하면 대출 불가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금고 문이 단단히 잠겨 있으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힘든 일 안 하고 부동산 매입이나 주식, 증권, 암호화폐, 심지어 로또에 일말의 희망을 걸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이젠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땅 부자·건물 부자가 이자를 내지 못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도 손쓸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 제조, 유통, 도·소매업 시장이 온라인 경쟁에 버티다 이젠 재래시장에서나 취급할 온갖 잡동사니까지 대기업이 손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코로나19에 무너진 자영업 시장이 다시 살아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서울 황학동 중고 주방기구 시장이나 동대문 공산품 덤핑시장, 기타 상가 공실률과 부풀려진 취업률 말고 실제 경제 인구를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주춤해진 것이지 경제적 난국이 해결된 것이 아니다. 다시 어금니 물고 시작해도 일어날까 말까한 판에 온통 파업천지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돈은 돌고 돈다.

식당 밥값이 오르면 택시비가 올라가야 먹을 수 있고 모든 분야가 맞물려 있는 만큼 한 가지가 오르면 연차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이라는 건 화폐가치와 시대적 흐름에 맞게 속도를 내야지 물리적 이기주의에 의해 강제성을 띤다면 어느 곳에서든 파열음이 나게 마련이다.

필자가 2년 전 어느 행정기관의 리더가 불법 사채 금융시장을 손 본다는 발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명칭도, 명분도, 화려한 그 정책의 겉과 속은 정반대였다. 이 세상에 시커먼 구정물을 비싸게 사 먹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구정물을 비싸게 판 사채업자들을 손보겠다는데 누가 칭찬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소나기를 피해갈 생각으로 사채업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그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상황 설명은 없었다. 온갖 생색을 내고 폼을 잡아가며 언론에 대서특필 홍보로 도배되었지만 그러한 쇼맨십 이면에 감춰진 서민들의 아픔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자고로 정치란 이런 잔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사고와 현실적 감각, 그리고 먹이사슬의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될 때 보다 적합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권이 몸 사리고 대기업이 현금을 움켜쥐고 버티니 그 여파가 서서히 일반 국민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더 가면 다 다친다.

국민 없는 국가 없고 빈민 없는 부자 없다. 다 양보 안 하고 죽어라 올라타면 만원버스는 결국 고장난 고물로 전락한다. 모든 파업은 갑과 을의 원만한 대화로 풀어가고 금융권의 문턱은 낮춰야 한다.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보복은 중단되어야 죄 없는 국민들도 숨을 쉰다. 야당수사와 파업, 무관할까. 우연히 같은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더라도 정치권은 힘든 국민 앞에 몸과 마음을 낮출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국민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걸 눈치라도 봐야 하는 것이 사회적 지도자의 도리다. 축구경기가 잠시 분노를 잊게 할지라도 진통제에 불과하다. 더는 착한 국민들을 분노케 하지 않아야 한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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