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모녀피살사건 초동수사 미흡
기자수첩 - 모녀피살사건 초동수사 미흡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08.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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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10시경 발생한 안산시 본오동 모녀피살사건은 지역사회를 일순간 공포에 떨게 한 사건으로, 내연녀는 물론 딸까지 살해하는 잔인함에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건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엄 모씨는 숨진 김 씨와 약 1년 반 전부터 내연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엄 씨에게 6천여 만원의 금전을 빌려 쓴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굳이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짐작하기에도 엄 씨가 유력한 용의자임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건발생 직후 안산경찰서는 일반주택가에서 모녀가 피살된 희대의 살인사건에 대해 주변 탐문수색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사건발생 4일 만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범행을 자백한 엄 씨는 사건직후 현장뒷산으로 도주한 뒤 흉기로 목 부위는 물론 양쪽 손목까지 자해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자살을 기도한 엄 씨는 범행현장의 뒷산에서 4일간이나 방치된 뒤 지나는 등산객에게 탈진상태로 발견됐다. 이처럼 등산객에게 발견될 정도였지만, 주변수색을 했다는 경찰이 못 찾았다는 점과 발견지점이 사건현장의 뒷산이라는 점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상당부분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용의자는 현재 안산고대병원에 입원가료중이며, 당시 자해했던 상처에는 곪은 상처와 함께 구더기까지 생길정도라고 한다. 불과 하루 이틀만 더 지났어도 사망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번 수사에서의 경찰의 안일함이 엿보인다. 등산객에게 발견될 때까지 허술했던 경찰의 수사망, 시민들이 안심하고 의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인근 평택으로 출동을 하며, 폭염 속 고단한 근무여건은 나름대로의 입장표명이지만 희대의 살인극을 두고 행해졌던 이번 경찰의 초동수사행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래서‘치안부실’이라는 무서운(?)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산 / 김균식 기자 k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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