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집으로 돌려 보내 주세요"
"아빠 엄마 집으로 돌려 보내 주세요"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08.23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도박 중독 '가정붕괴'…아이들은 밤새 울고 있다
정부 묵인하에 도박장 우후죽순으로 증가
직장생활 포기·이혼 별거 등 악순환 지속



최근 사행성 도박장인 ‘바다이야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30조원이 넘는 도박시장에 정권의 실세나 유명인사들이 개입되었다는 의혹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민들은 ‘가정파괴’의 원인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바다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사행성 도박장을 묵인해 온 것을 두고 국가와 가정 그리고 개인을 파괴하는 ‘망국적 문화정책’의 결과라고 비난했다.(편집자 주)


현재 성인용 경품 게임과 관련해 강화된 심의기준이 발효(發效)되기 직전에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하면서 갖가지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사행성 도박장으로 인한 ‘가정붕괴’는 외면당하고 있다.

바다이야기와 관련, 사법당국에서 사행성 도박장들에 대해 ‘칼’을 대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업주들은 업종변경을 고려하면서도 “그래도 하는데까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제 폐쇄 조치가 있기 전까지 영업을 강행할 기세다.

이제는 경기 지역 도심 곳곳에서 사행성 도박장(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을 보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수원과 오산, 평택, 의정부, 구리, 광명시 등 ‘목’좋은 곳에는 사행성 도박장이 예외없이 들어서 있는 상태다.

실제로 22일 새벽 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사행성 게임장들이 모여 있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소재 A게임장 안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이 ‘배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중 강성호(37.가명)씨는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사행성 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씨는 지난 6월까지 한 가정의 가장(家長)으로 공사현장에서 노동일을 해왔다.

우연히 시작한 사행성 게임에 가족들의 얼굴을 일주일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고 털어 놓는 강씨는 “처음엔 재미로 5만원 정도 가지고 게임을 했었다”며 “그러다 차츰 10만원, 20만원으로 늘다보니 지금은 700만원이 넘는 돈을 2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또 오산에 거주하고 있는 이영민(43.가명)씨의 경우 경마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씨 역시 지난 해 10월부터 장난삼아 시작한 경마게임에 지금까지 2천만원 가까운 돈을 날린 상태다. 여기에 현재 1천만원이 넘는 빚까지 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친구들 따라 경마게임장을 들렀다가 지금은 중독 증세마저 보이고 있다”며 “눈을 감아도 스크린을 달리는 경주마들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이씨는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물론 빚까지 지게 되면서 현재 부인 김모(39.오산시 궐동)씨와 이혼까지 했다.

이씨는 또 “게임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빚을 지고 있다”며 “알면서 못 빠져 나오는 것을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고 푸념 섞인 말을 했다.

지난 해 9월 화성경찰서는 총 140여개(오산 30, 화성 110)의 성인오락실 및 경마게임장이 성업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라며 “다른 지역에서 화성시까지 게임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도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 대부분 가정에서 외면당해 이혼 또는 별거 중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사행성 게임장들로 인해 가정파탄이 줄을 잇고 있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3시 광명시 철산동 ‘바다이야기’ 게임장. 약 60대의 게임기를 갖춘 이 곳에는 30명의 손님들이 벌써부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규모에 비해 손님이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유는 손님 1명당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10대까지 게임기를 동시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손님이 없어보여도 게임기는 ‘풀(full)’로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최명수(39.가명)씨는 “어느 순간 중독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크린에 나타나는 거북이, 해파리, 상어, 고래 등으로 인해 또 다시 빠져들게 된다”며 “이 처럼 ‘대박’을 암시하는 힘 때문에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중독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 또한 현재 부인 임모(40.광명시 철산동)씨와 별거 중에 있다고 실토했다.

이 처럼 중독성 강한 사행성 게임에 빠져드는 사람들 대부분 ‘가정’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이라도 해도 귀가시간이 새벽 3~4시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보니 잦은 ‘부부싸움’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바다(?)가 사회 전반을 홍수로 덮고 있는 가운데 도박 중독자들은 직장생활 ‘포기’와 가정불화로 인해 ‘이혼 및 별거’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결국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행성 게임’에 인생을 걸고 있는 셈이다.

기동취재 / 박희범 기자 hbpark@
이정하 기자 ljh@

경인매일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