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五光)패 선생들 오셨소?
오광(五光)패 선생들 오셨소?
  • 경인매일 kmaeil86@naver.com
  • 승인 2011.10.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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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돌봄센터는 위기가구를 돕기 위해 지난2009년도부터 도내 시군구에 설립됐다.
연천군도 지난 2010년 12월 센터를 개소, 군 센터와 함께 네트워크 팀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일이다.
한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센터로 직접 전화를 하셨다.
K씨(81세)는 아내가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 받아왔다. 그러나 1년이 경과되어 건강보험공단 재심사에서 등급 외로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마흔 아홉에 전처 잃고 나이 칠십 다되어서 저이를 만났는데, 차라리 죽지… 누워서 지내는 저이가 불쌍해” 라고 말끝을 흐리셨다.
노인부부는 이미 연로하셨고, 자식들과는 사실상 단절관계로 판명됐다.
그러나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부조(public assistance)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해당된다. 우선 할아버지를 모시고 면사무소로 향했다. 노인돌보미 서비스 신청을 돕기 위해서다. 일을 마치고 뒤 돌아서 오는 길,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어르신 굽은 등허리 위로 가을 햇살이 부드럽다.
“고맙소! 이렇게 도와줘서. 어제 화투 패가 오광이 떨어져 좋은 일이 있나 했더니만, 선생들이 오광패들 이구먼. 아 그래 내가 공무원 선생한테 오광패 오셨소 라고 했지…”
부양의무자인 자식들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를 돌볼 수 없는 복지사각지대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위 사례의 경우는 노인돌보미 서비스에 연계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 군은 농촌지역으로 노령인구가 19% 로 UN에서 규정하는 초고령화 사회(super aged society)기준에 이미 근접해 있다. 욕구 또한 다른 시군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척도는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단순 재활지원이나 치료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편안하고 충분한 삶’은 아니라도 생계나 의료비 같은 생존권 수준의 기초사회보장제도 확대의 필요성이 타당성을 얻는 이유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퇴근 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그릇 국수를 삶아 내는 늙은 수사(修士)의 맑고 묵묵한 웃음을 기억한다. 필자 또한 누군가에게 오광 패로 기억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연천군청 주민복지지원과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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