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 수원시의회
[기자수첩]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 수원시의회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6.10.27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과 믿음 주는 책임 의회, 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 의정”
수원시의회에 전화를 걸면 이 같은 안내 음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자칭 ‘열린 의정’을 펼친다는 수원시의회가 임시회 회기 중 특정 업체를 방문해 선물을 받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이와 관련된 게시물이 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삭제하는 등 온갖 ‘닫힌 의정’을 펼치고 있다.

수원시의회는 ‘시의원 30여명이 임시회 회기 중 모 전자회사를 방문했다가 수십만원짜리 최신형 핸드폰을 선물 받았다’는 본보 지난 25일자 1면 보도가 시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이를 1시간 만에 삭제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는 '홈페이지에 비방성 게시물은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민의 알 권리를 차단한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수원시의회 사무국의 한 계장은 “시의원들이 완전히 잘못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업체로부터 선물을 받은 수원시의원들을 감싸기까지 했다.

8대 수원시의회가 꾸려진지 이제 5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시민을 대신해 일해 달라고 뽑은 시의원들이 특정업체를 방문해 선물을 받고 다닌다. 또 이를 ‘지적’하고 자성을 촉구하면 ‘비방’으로 받아들여 감추려까지 한다.

이런 시의회가 어떻게 ‘열린 의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앞선다.

조선시대에는 백성들이 왕에게 직접 고발하는 제도의 하나로 신문고가 있었다. 하지만 북소리를 시끄럽게 여겼던 연산군은 신문고 제도를 폐지했고 민의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연산군은 결국 비통한 최후를 맞이해 지금까지도 ‘폭군’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민들에게 있어 수원시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조선시대 ‘신문고’의 역할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시민들을 하나하나 만날 수 없으니 인터넷을 이용해 민의를 한 번에 들어보겠다는 수원시의회의 의도는 아주 좋았으나 정작 듣고 싶은 목소리를 선별해서 듣고 있는 모양이다.

이쯤 되니 북 소리와 백성들의 아우성을 듣기 싫어서 신문고를 없애버렸던 연산군의 모습과,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난 잘못을 ‘다시 보고 뉘우치라는 뜻으로’ 홈페이지 게시판에 작성하자 바로 삭제해버리는 수원시의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수원시의원들과 의회 관계자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 해주기 위해 우선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기본적인 순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 수원시의회가 다시 수원시민들의 대변자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작성되는 시민들의 요구부터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시의원들이 업체에서 선물 받고 다녔던 시간에도 시민들은 해결되지 않는 온갖 불편사항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김철오 기자 kcopd@

경인매일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