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리만족하는 현실
영화에 대리만족하는 현실
  • 덕암 김균식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08.0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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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 흥행가도를 달리는 “명량”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려진 “명량“은 반일감정과 나름대로 가슴 밑바닥에 자리잡은 울분들이 적절히 때를 만나면서 보란 듯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일일 관객수 19만7,550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430만967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익분기점인 약 550만 명까지 불과 120만 명을 남겨두고 있다.

수백만의 관객이 국내 영화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각기 분석이야 다양하겠지만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활극으로 부패한 정권에 대한 분노를 대신하고 있다.마치 영화감독의 각본대로 정의가 살아있고 악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빤한 스토리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를 반증하듯 만약 현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면 이러한 영화가 지금처럼 판을 칠 수 있을까.

지배층 내부의 권력다툼이 아닌 백성의 시각에서 그려낸 군도는 현재의 빈부격차에 대한 사실감 있는 배경은 물론 민관이 짜고 치는 부패 고리에 찌들어 가는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적 고통에 대한 인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대리만족 시키던 군도의 행진도 잠시, 성웅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그린 ‘명량’의 기세가 망국을 향한 정치현실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온다.

간신배들의 세치 혓바닥에 역적으로 몰려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도 오직 나라를 위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전 세계 해전 사상 유래없는 승전보가 현재의 우리국민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용기와 희망이다.

1597년 9월 16일,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은 상영도중 감격의 눈물을 훔치는 관객을 자주 볼 수 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되어 나타날 것이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살 곳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다”, “죽으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대사에서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라는 선조로서의 격려나 다름없다.

지금으로부터 417년 전 지금의 어려운 후손들에게 전하려고 미리 준비한 듯 세월을 앞서 마련한 선물 인듯 싶다.

특히 “장수의 의리는 충(忠)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는 부분에서는 지금처럼 국민들을 함부로 여겨도 된다는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 할 수 있다.

최근 지방선거도 보궐선거도 끝난 시점,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는 외침이 주는 교훈은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영화 ‘변호인’에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말조차 감동으로 들리는 작금의 세월은 암울한 대한민국에게 국민적 공감대가 유일한 대안임을 암시하고 있다.

과거마냥 낫이나 창으로 민중봉기를 일으킬 수 없지만 민초들의 뜻을 대변하는 중소 언론들이 펜으로 나라를 바로 세운다면 자랑 스런 지구촌의 종주국으로 충분히 거듭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감이 든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간신은 존재했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의 군사까지 끌어들여 자국민을 살육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다. 이제 같은 재앙을 번복하지 않으려면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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