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증세 망국의 지름길
망각의 증세 망국의 지름길
  • 덕암 김균식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08.12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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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추도 지나고 태풍 할롱이 대충 일본 열도를 스쳐 지나자 아침 기온은 정형적인 가을을 보여주고 있다.

악몽같은 4월의 참사도 이제 점차 국민들의 기억속에 잊혀져갈 즈음 국회에서는 여전히 유족들의 몸싸움으로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일상처럼 무심코 지나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국내언론에서는 수 십년간 방치되어오던 군 부대의 폭력을 마치 특종을 발견한 마냥 연일 탑 뉴스로 보도하는가 하면 김해 여고생 윤 모양의 자극적인 살해과정을 거침없이 내보냄으로서 일부 국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치권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의 물타기 치고는 완벽한 분위기 조성이다.

때를 같이 하여 국민들의 분노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공간을 만들었고 덕분에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인근지역인 울돌목의 명량해전 승리는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비교되면서 막혔던 울화를 분출하는 비상구가 됐다.

얼마 후면 교황의 방한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많은 취재진들이 몰릴 것을 예상된다.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단순한 해상사고가 아닌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분분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실이 가고 있는 좌표를 찾아야 한다. 마치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한척의 배가 스스로의 위치를 망각하고 생각없이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듯 갈게 아니라 현 위치와 수심 바람의 방향까지 정확히 알고 가는 최소한의 중심이 필요하다.

일전에 어필했듯 우리는 불과 70년 전 1944년만 해도 미성년자였던 처녀들 수 만명이 일본군한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모자라 증거인멸로 객귀가 되었던 전례를 남의 일 보듯 여기며 망각병을 앓고 있다.

뿐인가,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많은 시민들의 한이 풀리지 않은 채 행방불명으로 신청된 409명중 70명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게 현실이다.

심지어 행사장에서는 5월의 노래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당위성을 두고 정치인들 간에 당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영화 <화려한 휴가>의 흥행이 국민의 뜻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두가 국민적 망각증상이 불러온 심각한 후유증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뿐인가, 연평도 포격사건이나 천안함 사건은 한번 씩 대형사고 터질 때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국민들의 알 권리는 바닥을 친지 오래됐다. 다만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 감독조차 아연실색할 만큼 특정 단체의 압력으로 개봉작 상영이 중단되는 눈가리기가 국민들조차 모르게 진행됐다.

문제는 그래도 쉽게 잊는다. 아마 세월호 참사같은 신의 경고성 사고가 몇 번이나 반복되어도 해결방안이나 대책강구보다는 국회의 당쟁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장단에 국민들의 망각병은 나아질 기미조차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나라가 망하는 망국의 가장 근본에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잃어버린 존재감이 원인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다.

백성의 안녕이 위협받고 불안하다면 이는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모두가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에 뜻을 모아야 한다.

이제 민족대명절인 추석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어쩌면 겨울바람이 부는 팽목항에 망연자실하게 남아 있을 실종자 가족들이 눈에 선한데 마치 모든 사고 수습이 종지부를 찍은 마냥 잊혀져가고 있다. 이미 화랑유원지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의 썰렁한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 전하는 망각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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