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기 종목의 묘미가 골에 있다지만, 축구의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
축구의 정규시간은 90분. 연장전까지 더하면 120분으로 늘어나지만 단 한골로 승부가 가려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같은 골의 희소성이야 말로 축구를 재미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태극 전사'들은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새로운 '골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태극 전사'들의 발 끝에서 나오는 시원한 '소나기 골'이야말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밤 열대야를 날려줄 가장 좋은 청량제가 될 것이다.
반면 상대 팀들에 지나치게 많은 골을 허용하면, 찌는 듯한 무더위를 가중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총 10차례 진출한 아시안컵 본선에서 총 44경기를 치러 76골을 넣었고 50실점했다.
경기당 1.7골을 넣고 1.1골을 내준 셈이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몇 골을 넣고 몇 골을 내주게 될 지는 오로지 '킥 오프'를 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밤 늦게 TV를 시청하는 국내 축구팬들은 분명 '태극 전사'들이 많은 골을 넣고 적게 실점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역대 최다 골·실점 경기
한국이 역대 최다 골 차이로 승리한 경기는 지난 1960년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개막전 베트남과의 경기와 2004년 중국대회 조별 예선 3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였다.
한국은 60년 대회에서 베트남을 상대로 5-1, 04년 쿠웨이트를 상대로 4-0 승리를 거두며 4골차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의 경우 아시안컵의 원년인 56년 홍콩 대회 3차전에서 한국에 5-3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베트남에게 2번이나 기록한 5골은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한 경기 당 가장 많이 넣은 골이기도 하다.
즉, 베트남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최다 골과 득실차를 동시에 허용한 고마운(?)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이 상대에게 가장 많이 내준 골은 6골이다.
이는 아시안컵을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지금도 머리에서 좀 처럼 지울 수 없는 '굴욕'의 경기, 96년 아랍에미리트(UAE)대회 8강전 이란과의 경기였다.
역대 최강의 멤버로 무장했던 한국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전반을 2-1로 앞서다가 후반에 무려 5골을 내주며 2-6으로 역전패했다.
이는 한국의 아시안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차이(4실점)로 패한 경기이기도 했다.
6실점. 최근 한국이 어지간한 강 팀을 만나도 허용하지 않은 숫자다.
▲역대 최다 골·실점 대회
한 경기의 골득실 상황은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과 상대 팀의 전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대회에서의 골득실 상황을 따져보면 당시의 팀 전력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역대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대회는 지난 80년 쿠웨이트대회로, 12골(6실점)을 몰아 넣었다.
10개국을 2개 조로 나눠 풀리그를 펼친 뒤 4강 토너먼트를 벌였던 80년 대회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1-1), 카타르(2-0), 쿠웨이트(3-0), UAE(4-1)와 한 조에 속해 있었다.
당시 한국은 이들에게 10골을 몰아 넣고 단 2골만 내주며 3승1무로 4강에 올랐다.
이어 4강에서 만난 북한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나, 안타깝게 쿠웨이트에 3-0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은 김정남 감독 아래 최순호, 정해원 등 최강의 골잡이들이 포진돼 있었고, 최순호는 UAE전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아시안컵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대회 내내 단 1골만 넣은 84년 싱가포르대회는 한국의 역대 최소 골 대회로 기록됐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긴 뒤 쿠웨이트(0-0), 시리아(0-1), 카타르(0-1)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조별 예선에서 탈락, 1골 3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쓸쓸히 귀국해야 했다.
반면 이란에 2-6으로 패했던 96년 대회는 11실점(7골)으로 역다 최다 실점 대회로 기록됐다.
▲이동국, 아시안컵의 '킬러'
그렇다면 아시안컵에서 가장 많은 '골 맛'을 본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무려 9골을 터뜨린 이동국(28, 미들즈브러)이 아시안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한국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동국은 2000~04년 대회에 출전, 총 10경기 중 3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최소 1골씩 터뜨리며 '킬러'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2000년 대회 3차전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0 완승을 이끌었고, 이어진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연장전 10분에 결승골을 잡아 팀의 2-1 승리를 일궈냈다.
준결승전에서 사우디에 0-2로 뒤지던 후반 종료 직전 1골을 만회하며 영패를 면하게 한 주인공도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04년 대회에서도 0-0으로 비긴 요르단과의 첫 경기를 제외하고 이란과의 8강전까지 최소 1골씩을 터뜨렸다.
부상 후유증으로 어느 정도의 기량을 발휘할 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번 아시안컵에도 출전하는 만큼, 자신이 수립한 아시안컵 국내 선수 최다 골 기록을 갈아 엎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가 부상을 딛고 일어나 10골째 아니 그 이상으로 골을 이어간다면, 국내 축구팬들에게 이보다 더한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이동국의 뒤를 이어 아시안컵에서 많은 골을 넣은 국내 선수로는 일선에서 물러난 최순호(7골)와 황선홍, 정해성(이상 5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