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장만하기 참 어려운 세상
내 집 장만하기 참 어려운 세상
  • 설석용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12.1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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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7명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치솟는 땅 값에 주택 단지보다는 아파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저히 많아진 아파트는 그들만의 경쟁으로 전원주택 못지않은 정경을 자랑하기도 한다.

또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은 기본이고 사우나, 도서관 같은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참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는데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니 각종 비리로 검게 썩어 있었다.

얼마 전, 배우 김부선 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난방열사로 등극했다.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난방 비리를 세상에 들춰 당당히 싸워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온 국민이 감동을 받고 지어준 별명이다.

난방비가 0원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열량계 조작의 심증은 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상식 밖의 행동들과 상식 밖의 결과는 국민을 ‘어처구니없는 멧돌’로 만들어 버렸다. 법은 몰랐어도 세상은 알고 있었다.

12월 9일 국제 반부패의 날을 맞아 반부패 운동 단체인 한국투명성기구가 배우 김부선 씨를 투명사회상에 선정했다. 그리고 그녀의 열사활동을 계기로 아파트 비리 단속은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이른바 '김부선 아파트'로 촉발된 전국 공동주택의 관리비 비리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부터 아파트 관리 비리를 조사한 결과, 24개 단지에서 금품수수 등 600여 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비단 경기도뿐만이 아닐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비리와 부실감사 신고센터’를 운영하여 신고 접수된 건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날 경우 고발이나 행정처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이 취업에 성공하면 ‘내 집 장만’이라는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아파트의 층수만큼 집값도 겉잡을 수 없이 뛰어 올랐다.

맞벌이 부부라 해도 그들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집을 장만하기가 곤란하다. 취업을 해도 모두가 빚쟁이가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빚쟁이를 자처하며 전세 아파트를 하나 얻었다면 이제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길 차례다. 이것들을 모두 감당하려면 꽤나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할 것이다.

새삼 아버지에게 감사하다. 어려운 IMF를 겪으셨지만 ‘내 집 장만’에 성공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내시는 관리비는 안전한지 하는 것이다.

더불어 미리 걱정을 해 두어야 할 것은 집 장만하려고 빌릴 대출과 뜯겨나갈 관리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것이다. “요즘 자기 집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어른들끼리 하시는 말씀이 떠오른다.

내 집 장만하기도 힘들지만 내 집 장만에 성공을 해도 문제니, 도대체 어디 가서 살아야 할 지 고민이 된다. 다만 많은 ‘열사’가 등장해서 악의 무리를 모두 무찔러 주길 바랄 뿐이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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