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의 이웃들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들
  • 설석용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12.17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26일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며 세상을 등진 '세 모녀 사건'은 당시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정부는 조속히 복지3법을 통과시키고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와 맞춤형 복지를 통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세 모녀 3법’을 창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 뿐인 정부, 수수방관하는 동안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시작한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웃들의 비극적인 선택은 끈이질 않았다.

세 모녀의 비극적인 선택에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3월 2일 경기 동두천에서는 "미안하다"는 글씨가 적혀있는 세금고지서와 함께 엄마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서울 화곡동에서도 한 부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다음날인 3일에도 경기 광주에서 아버지와 자녀 두 사람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 10월 31일에는 세 들어 살던 60대 독거노인이 살던 집이 팔려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자 전기·수도 요금 등을 낼 수 있는 돈과 장례비가 담긴 봉투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봉투에는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존 현행법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 했다.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양의무자 제도다. 현행법은 본인의 소득이 없어도 부모와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중 한 사람이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를 넘으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혈연관계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규정이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가장 먼저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정소득의 문제 또한 논란이 많다. 현행법은 실제 소득이 없어도 만 18세 이상, 64세 이하의 나이로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 사람당 약 6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본인과 가족이 모두 돈을 벌지 못해도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 모녀가 기초수급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지만, 신청을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되었을지는 미지수다.

세모녀가 소득부분에서는 기초수급의 대상이 되지만, 근로능력에 있어서 180만원의 추정소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모녀는 둘째 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 온 수입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노인연금, 무상교육, 누리과정 등의 보편적 복지는 눈에 띄게 많아 졌다.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에는 딱 좋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과연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정책들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굳이 혜택을 받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부자들에게는 조금 더 나오는 연금, 공짜교육이 크게 반가워 할 사안은 아니다. 한정된 예산은 필요한 부분부터 사용을 해야 한다.

봉사, 복지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설석용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