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으로 날 뛰던 청마를 돌려보내며...
천방지축으로 날 뛰던 청마를 돌려보내며...
  • 설석용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01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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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 갑오년이 모두 지나갔다. 망아지의 걸음마 단계라는 청마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이기는 하나 천방지축으로 날 뛰는 습성 또한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4년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면 “가수들은 노래 제목을 따라 간다”는 말처럼 청마의 진취적인 기운을 받아 대외활동은 많이 했으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들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일 년을 지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새 학기를 알리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일 것이다. 선배들은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바다나 산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수능이라는 어마어마한 산을 넘고 대기하고 있는 예비신입생들에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그야말로 설렘 그 자체다.

풋풋한 새내기 냄새를 물씬 풍기며 대학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건만 2월 중순만 되면 우리나라 뉴스의 1면을 장식하는 주요 소재가 된다.

올 2월 부산외대 학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중 숙소였던 경주 마우나리조트가 붕괴하면서 학생들이 변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신입생 후배를 구하겠다며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선배의 소식은 안타까움을 증폭시켰다.

날 뛰기 시작한 청마는 멈출 생각이 없었는지 곧 바로 세월호 대형참사라는 거대한 참극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전 국민은 함께 울기 시작했고, 모두의 눈길은 진주 팽목항으로 향해 대한민국은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꼭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국민들은 밥을 굶고 거리를 행진하며 과제를 해결하자며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반응도 없고, 안면몰수하는 정부대처에 또 다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 아직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고양 버스터미널에서 불이 났다.

약 70여 명의 시민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쳤고 이를 본 국민들은 점점 더 허탈감에 빠지게 되었다. 날씨는 점점 서늘해지고 바다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희망을 갖기가 힘들어져 그나마 남아있던 기운마저 빠져버릴 무렵, 분당에 있는 환풍구에서 청마는 다시 날 뛰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날 뛰는 청마에 대한민국은 진이 다 빠져버렸다.

돌이켜 보면, 단 한 절기도 마음 편할 때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수원의 토막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 소식으로 갈기갈기 찢긴 가슴에 위로받을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해 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대한민국의 2014년이었다.

이제는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 청마를 돌려보내고자 한다. 시작되는 을미년, 순한 양처럼 2015년 한해는 점잖고 조용하게 그간 지치고 멍든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렇게 청마를 보내고 청양을 맞이한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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