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와 기레기의 공감대
지록위마와 기레기의 공감대
  • 경인매일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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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한해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를 아울러서 대표 할 수 있는 사자성어에 2014년은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중국 진나라의 조고(趙高)가 이세 황제(二世 皇帝)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속여 바친 일에서 유래하는 고사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했다는데서 유래되었으며 줄여서 해석하자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말로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하는 모습을 비아냥대는 말이기도 하고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섞고 바꾼다는 뜻이다. 아닌걸 맞다하고 맞은걸 아니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지적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유사한 사례를 찾자면 정조대왕이 말한 말을 안 해도 될 때 하는 것은 죄가 작으나 해야 할 때 아니하는 것은 그 죄가 중하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군주를 농락하여 일시적인 권세를 누릴 수는 있으나 인의장막은 권불십년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가 증명한 바 있다.
필자가 지난 2011년 6월 초순경 관공서 공보실에서 보내온 민선 5기 단체장의 취임 1주년 특집 보도 자료의 내용을 보면 검은걸 흰것이라 적어달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행정광고비로 소위 군기(?)잡던 시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전면 특집으로 토시하나 안 틀리고 고스란히 앵무새 역할을 하던 당시 하나부터 열까지 사실 확인을 거쳐 이른 바 판전체를 갈아엎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물론 내용은 정 반대의 기사로 보도됐고 과장된 내용 일색으로 도배질한 취임 1주년 특집 보도자료를 보고 지금 고쳐쓰지 않으면 시간이 지났을때 다시 고쳐쓰지 못할 것이라는 어설픈 역사적 사명감에 입바른 소릴 한 적이 있었다.
직필은 사람의 박해를 받고 곡필은 하늘의 천벌을 받는다 했던가. 나름대로 넉넉한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마무리는 되었지만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지금와서야 참으로 다행스런 과거로 남게됐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초반 끝발 상당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가 닭살스러울 만큼 아낌없이 동원된다. 대부분의 내용이 우연을 필연으로 날조하여 권력미화에 열을 올린다. 같은 형상에 대한 평가도 정권의 임기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임기가 끝나면 재임당시의 화려한 업적이나 찬양이 무대위의 조명을 끄면 허상이 되듯 1막 1장의 단막극으로 끝나버린다.
권력의 아부에 손바닥 지문이 다 닳고 없어지더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똥을 된장이라고 표현했다가 상황이 바뀐다고 다시 다른 장독의 똥을 고추장이라고 홍보하는 후한무치의 업을 쌓지는 않을 것이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지옥 중 혀를 뽑는 고통을 당한다고 하는 지옥. 말로써 악업(惡業)을 저지른 자가 죽어서 간다는 발설지옥의 근원을 보면 말로 지은 죄가 크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말이란 있는 그대로는 전하는 것이 도리요 허위를 전하거나 사익을 위해 공익에 위배되는 말이나 글, 고을 수령을 현혹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기록, 배포하거나 그로인해 잘못된 정책이 입안되고 행해질 때 절대다수의 백성들이 고통을 겪는다면 이는 곧 원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2014년 사슴을 말로 말하다가 기레기로 불렸던 아픔이 2015년에도 반복된다면 이는 참으로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지면을 보도자료나 통신사에 의존하여 스스로가 자가당착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 국민들을 상대로 사슴을 말이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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