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품을 떠나는 청소년들
어미품을 떠나는 청소년들
  • 박찬일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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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북극곰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아주 먼 거리를 걸어 안전한 얼음산으로 가서 굴을 판다.

어미곰의 산고 후 이제 막 태어난 새끼 북극곰은 어미 품에서 자라다, 생후 2년이 지나면 독립을 한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끼 곰은 어미 곰에게 사냥을 배우며 야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다.

석 달 동안 먹지도 않고 이동만 해서 안전하게 새끼를 낳는 어미곰에게 새끼곰의 독립은 성인이 되었다는 방증이다.

북극곰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에게 20년이라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개인이 만 19세 이상이 되면 투표, 음주, 흡연, 아르바이트, 결혼, 군대 등 다양한 법적 자격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책임을 진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성인의 기준이다. 다시 말해 만 19세 미만은 보호자 품에 있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집에 있어야 할 수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 내몰리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부모의 이혼이나 갈등, 학대 등 대부분 가정불화로 인한 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출 청소년들은 또래 청소년들과 다르게, 범죄나 성매매에 노출되기 쉽다. 지낼 곳을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미성년자인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구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이들은 법적 테두리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실제 가출 청소년 관련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개나 올라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금품을 훔치는 등 강도행각을 벌이는 것은 다반사이며,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직접 종사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거리의 청소년들은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명확한 대처방안이 시급하다.

가출 청소년을 위한 전국 109개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

경찰ㆍ교육청ㆍ지자체 등 청소년과 관련 있는 기관이 협력해 쉼터 시설을 확장하고 역할과 기능을 뚜렷이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쉼터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구체화해, 단순히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다 가는 기능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으로 끌어오는 역할까지 이행해야 한다.

2년 후, 어미 품을 떠난 새끼 북극곰은 야생에 잘 적응해 배부르게 살 것이며 그렇지 못한 새끼 북극곰은 어떤 형태든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올겨울 유난히도 춥다. 거리에 있을 가출 청소년들이 하루빨리 어미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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