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다수결을 수용하는 건강한 민주주의
[윤성민의 기자수첩]다수결을 수용하는 건강한 민주주의
  • 윤성민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2.03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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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소풍장소 투표는 우리들의 축제였다.

 

평소 적극적이던 철수가 도서관으로 가고 싶다는 말에 와하하 웃을 수 있었고, 평소 소극적이던 영희가 놀이공원에 가고싶어하는 것에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이어지는 소풍장소의 결정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철저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

비록 초등학생의 투표였지만, 도서관으로 못 가게 되어 아쉬워하는 철수가 아이들에게 따지거나 교장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 이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고 체득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었다. 이러한 다수결의 원리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며 차근차근 배우며 자랐다.

다수결의 원칙하에 소수자가 된 이가 그것을 수용하고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방식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기초적 민주주의다.

하지만 오늘 안산에서 진행된 <안산시 남북교류협력 및 평화통일 기반조성 추진·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부결에 대한 기자회견은 초등학생시절부터 배우고 자란 민주주의의 원칙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이번 회견이 조례안 부결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자 진행된 것이었지만 회견장의 분위기는 사안의 중대성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여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또한 투표의 결과에서 소수자가 되어 다수를 존중해주는 민주주의의 원칙과는 다르게, “떼”로 모여 “떼”를 써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떼법”의 성격을 갖고 있는듯하여 불편한 마음이었다.

다수가 찬성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때로는 부패한 다수자들이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렇지만 소수의 의견을 다수에게 강요하는 것은 더욱 큰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들의 주장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소수는 다수의 의견을 수긍하고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옳은 주장은 언젠가 다수가 될 수 있기에 다수결의 원리는 지켜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시의회가 되어야한다.

다수가 된 의원들은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그들 이야기의 당위성을 살피고 들어야 한다.

또한 소수가 된 의원들은 지금처럼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주장의 허점을 찾아 보완하고 다수를 설득해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강요하는 작금의 모습은 바르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문은 “…지역 풀뿌리에서부터 준비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조례조차 배척하는 안산시의원들의 정략적 태도에 시민의 이름으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돌아보고 더욱 완벽한 조례를 통한 다수결을 이끌어 내는 건강한 의회가 되길 바란다.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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