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정마저 앗아가는 담뱃값인상
[윤성민의 기자수첩]정마저 앗아가는 담뱃값인상
  • 윤성민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2.05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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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를 뒤적이다 사무실에 담배를 놓고 온 것을 깨닫고 옆 사람에게 담배 한 개비를 빌려보려 하지만 말 붙이기가 쉽지 않다. 담뱃값이 2배가량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참 독특한 정이 있었다. “담배 한 대만 빌릴 수 있을까요?” 이 말을 통해 흡연자들은 쉽게 가까워 질 수 있었고, 듣는 사람도 아무 부담 없이 선뜻 담배 한 개비를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과거형으로 작성한 것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희망찬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의 화두는 담뱃값인상으로 쏠렸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의 검색어 순위에 새해는 저 뒤에 가 있고, 전자담배, 담뱃값인상, 담배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술과 더불어 대한민국 서민의 2대 기호식품이라는 담배의 가격이 인상되고 사재기 붐, 전자담배 붐 등이 대한민국을 달구었다. 담뱃값인상이 발표된 직후의 편의점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담배를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애연가들이 한 갑이라도 더 구해두려고 이리 저리 발품 파는 모습을 왕왕 마주할 수 있었다.

너무 급작스레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일까, 혹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일까, 담뱃값인상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 중 대표적인 부작용이 전자담배 신드롬이다. 금연 보조제로 처음 등장한 전자담배는 담뱃값이 인상되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 흡연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 관심은 청소년들이 교실에서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기현상을 만들어냈고, 얼마 전 간 큰 중학생 무리는 전자담배 판매상을 털어 수백만 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갈취하기에 이르렀다.

갑자기 결정된 담뱃값인상은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뜨겁게 타올랐다. 흡연자들은 세금이 2천원이나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 두 번 울부짖는다.

그들의 말은 흡연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려달라는 말이 아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배 가량 오른 담배를 구입하는 자신들을 조금만 돌아봐달라는 말이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취향 또한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다. 모든 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흡연자들의 현실은 일견 측은하기까지 하다.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인 담뱃값인상은 결국 서민들에게 이처럼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쩌면 내년 이맘때 즘, 우리나라에서도 “담배 한 개비만 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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