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냐 피해자냐 ‘이현령 비현령’
공범이냐 피해자냐 ‘이현령 비현령’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16.12.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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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실을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국어사전의 말을 인용한다면 이번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대기업의 검은 커넥션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공범이냐 피해자 냐로 구분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동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정경분리에 대한 당위성은 지난번에도 어필한 적 있지만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과거 정치권 눈밖에 벗어났다가 공중 분해되는 기업이 한둘이었던가. 인·허가는 물론 각종 행정력으로 얼마든지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기업경영의 숨통을 법규라는 도구로 옥죄어 온 세월이 이를 말해 주기 때문이다.

경영에 올인 해야 할 기업이 상황에 따라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그 근본에는 알아서 기는 게 빠르기 때문이라는 계산과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훗날 더 낫다는 판단일 것이다.

16개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486억 원, 288억 원을 출연 받아냈고, 대통령이 16개 대기업 회장을 청와대 안가에서 따로 만나 기금을 낼 것을 요청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범죄'로 검찰은 규정하고 있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세 사람이 구속기소된 상황에 행한 이나 지시한 이 또한 공범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그룹 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누가 감히 거절할 수 있었을까. 중국 리커창 총리 방한 때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된다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방한은 모금 독려의 수단이었을 뿐, 상황을 파악한 기업들은 더 버텨 봤자라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8일 만에 500억 원 상당의 거액을 보유한 재단이 만들어진 점은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남기기에 부족함 없는 사실이다.

이번에 거둬들인 돈의 지출방법 또한 가관이다. 재단의 재산은 임의적으로 꺼내 쓸 수 없는 ‘기본재산'과 임의사용이 가능한 ‘보통재산'으로 구분된다.

통상 재단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이 9:1 비율로 설립 되지만 미르재단만은 2:8이 되도록 정관이 결정되면서 개인사용의 여지가 높았다는 것도 기업의 돈을 재단이라는 세탁기에 돌린 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스리쿠션을 친 것인데 기는 기업이나 거둬들이는 권력이나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한배를 탄 일행이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검찰은 16개 대기업이 당했다는 약자 입장을 감안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위 대가성이라는 범죄구성요건이 성립되면 공범이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그 대가성을 증빙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기업은 이윤창출이 우선인데 반대급부 없이 달라 해서 주었다? 대가 관계만 입증되면 뇌물죄로 갈수도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뀔수도 있거니와 대기업과 권력이 함께 협조관계라면 원칙보다는 반칙이 경제권에 끼치는 영향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가령 중소기업이 꿈도 꾸지 못할 특혜가 현행 법규의 맹점을 통과해서 대기업에 적용된다면 그 피해는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적 흐름을 부채질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앙의 이 같은 정경유착이 과연 상탁수 하부정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추측성 논리를 사실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언론의 치명적 문제다.

필자는 그동안 지자체의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장대한 분량의 취재와 더불어 지방마다 보란 듯이 터지는 기초의원들의 이권개입은 물론 담당 공직자들과 관련 업자들까지 사법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거쳐가는 것을 지켜본 바 있다. 한국처럼 지연, 학연, 혈연과 심지어 각종 모임을 빙자하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로 원칙을 넘는 나라도 드물다. 좋게 말하자면 줄과 빽이 먹히는 사회가 정감 넘치는 사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원칙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경분리로 인해 건전하고 건강한 기업경영의 환경이 조성되는 나라, 소중한 혈세가 공정하게 집행되는 지자체, 인맥보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경쟁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 국민이 주권자임이 증명된 작금의 현실을 보며 부정부패의 고리 또한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있는 방법이 돌출되길 바란다.

수사결과야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현령 비현령’이라는 비아냥을 면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촛불이 횃불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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