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00만弗 인도적 대북 지원 결정…“시기 및 규모, 남북관계 봐가며”
정부, 800만弗 인도적 대북 지원 결정…“시기 및 규모, 남북관계 봐가며”
  • 이민봉 기자 lmb0313@nate.com
  • 승인 2017.09.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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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WFP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공여 투입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에서 위원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적절성 논란이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사업은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450만 달러)과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350만 달러)이다.

이번 지원 결정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따른 것이라는 통일부 측 설명이다.

조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지원은 분리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원칙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시기는 이번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거듭되면서 대북 여론이 극히 나쁜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사업에 대해 국민의 많은 관심과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서 논의를 했고 그 바탕 위에서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 규모가 800만 달러에서 줄어들 수 있냐’는 질문에 “다 주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 상황 등을 따져 지원액을 분할해 지급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지원 시기와 규모는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지원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지난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게 마지막으로,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도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4차 핵실험 이후에는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하지 않았다.

이날 교추협에는 8개 부처 차관과 민간위원 2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이민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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