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송도소방서, 준비 안 된 해루질은 위험해요!
인천송도소방서, 준비 안 된 해루질은 위험해요!
  • 김정호 기자 kjh6114@hanmail.net
  • 승인 2020.06.04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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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송도소방서 영흥119안전센터, 소방장 김종복
인천송도소방서 영흥119안전센터, 소방장 김종복

가족여행으로 스페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유럽여행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좋았고 하루하루를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내와 담소를 나누며 길을 가다 길가에 있는 흔한 맨홀을 밟았는데 갑자기 맨홀이 뒤집어 지면서 몸의 절반이 맨홀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작은 맨홀이라 몸의 일부가 빠지는 것으로 끝이 났고 마침 옆에 있던 현지인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큰 상처 없이 사고는 마무리 되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 죽음의 공포와 그때의 충격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현재의 한국 땅에서도 맨홀뚜껑은 피해 다니고 있다.

행복한 여행 중에 당하는 사고야 말로 그 어떤 불행보다도 큰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고 예방할 수 없는 사고라면 차라리 나을 텐데 사전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피해갈 수 있는 사고였다면 그로 인한 상처는 한층 더 클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영흥도에서도 안타까운 사건사고들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해루질 때문에 생기는 사고들인데 불과 며칠 전에도 내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갇혀 지내다 답답한 나머지 영흥도 갯벌 체험을 나온 4인 가족의 사고였다.

저녁 늦은 시간 4인 가족이 비교적 인적이 드믄 갯벌을 걸어 들어가서 낙지를 잡는다고 해루질을 즐기다 그만 여중생 딸아이가 갯골 웅덩이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다행히 큰 길가와 멀지 않은 곳이었고 전화수신이 양호한 곳이라 사고 신고가 가능했으며 출동대원도 사고현장 발견이 쉬웠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물은 점점 차오르는데 딸아이 발은 갯벌에 박힌 채 몸이 움직이질 않으니 나머지 가족 3명은 창백한 얼굴로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우리대원들은 매뉴얼대로 준비해간 삽으로 갯벌을 조금씩 제거해 가며 여학생의 몸을 좌우로 흔들어 물이 차기 전에 안전히 탈출할 수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그들에게 준비 안 된 해루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상기시켜 주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매년 한 두명이 인적조차 닫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에서 준비 안 된 해루질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당한다고 말이다.

해루질 사고는 비단 영흥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건 갯벌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발생하는 사고인데, 작은 실수가 목숨을 앗아간다.

때문에 해루질 시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해루질은 공인된 기관에서 실시하는 체험을 통해 안전요원의 주도하에 진행할 것.
둘재. 혼자서 처음 가는 곳에서의 해루질은 절대로 삼가 할 것
셋째. 너무 먼바다로 나가면 방향을 잃거나 갯골에 갇혀 못나올 수 있으니 이를 조심할 것.
넷째. 만조와 간조 시간을 확인하여 물에 의한 사고를 방지할 것

준비안 된 해루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번 더 상기하기 바라며, ‘설마 나는 괜찮겠지’하는 방심과 부주의가 생명을 잃는 대형사고로 이어 질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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