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만 차리면 산다
정신만 차리면 산다
  • 강신영 기자 ksy@
  • 승인 2008.04.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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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국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냉동 열차칸 속에 들어간 후 실수로 문이 밖에서 잠겨버렸다. 큰 소리를 지르고, 힘껏 두들겨도 봤지만 냉동칸은 워낙 견고해서 아무도 그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고 누가 밖에서 우연히 문을 열어서 구원받는 길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시간이 지난 뒤 누군가 냉동칸의 문을 열고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냉동칸은 오래 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는 점이다. 공기의 양도 충분하고, 실내 온도도 동사할 정도의 온도는 아니어서 그가 죽을 만한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이번에는 우화 한 도막이다. 어떤 사람이 두 개의 우유통을 놓아두었는데 그 두 통에 개구리가 각각 한 마리씩 빠지고 말았다. 아침에 주인이 나가보니 한 통의 개구리는 살아 있고 다른 한 통의 개구리는 죽어 있었다. 이유가 궁금해 살펴보았더니 한 개구리는 살겠다고 끝까지 다리를 움직이고 헤엄을 쳐서 우유가 굳지 않아 살았던 것이고, 죽은 다른 개구리는 처음엔 버둥거려 보았으나 나중에는 포기하여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유가 굳어졌던 것이었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 속담은 끝까지 노력하는 데에 생명 보전의 길이 있다는 생존의 제일원칙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생길 수 있지만, 포기하면 어떤 희망도 답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이 내재적이건 외재적이건 관계없이 말이다.위의 이야기들 모두 현실과는 거리감 있어 보이고 자기계발서나 우화 속에 실리면 더할 나위 없을 정도의 내용이지만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 속내까지 잊었다가는 큰 코 다칠 정도로 세상은 복잡다단하고 혼란스런 일들로 가득한 시대가 됐다. 옛 어른들의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은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새 당하게 되는 각박하고 정신없는 현대의 시대정신을 표상하는 말처럼 자리 잡았다.이런 가운데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해 몸값을 뜯으려한 중국출신 유학생이 협박 전화를 받은 부모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전북 고창에서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정신지체 남성에게 목을 졸리는 폭행을 당하자 ‘죽은 척’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한 사건도 있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이런 일도 흔해지는 법이니, 스스로 경계하며 현명함을 추구하는 일밖에 또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차려! 차려! 정신 차려!” 차리고 또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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