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길목입니다. 30년 넘는 세월을 소방공무원으로 살다보니 차가운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화재위험이 높아지는 시기가 왔음에 몸이 먼저 긴장을 합니다.
시간의 무게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화재 및 재난 등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는 시간확보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항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재현장에서의 진압 및 구조, 구급활동을 위한 골든타임은 5분 이내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출동방해, 주·정차 등의 문제로 인해 화재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지연되어 대형화재로 번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사례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경우 피해규모가 커진 요인 중 하나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의 근절만이 화재 및 각종 재난 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에 대해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앞에 끼어들어 가로막는 행위 등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금지되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2018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화전 등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5m 이내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는 소화전 5m 이내 불법 주정차 시 과태료가 8만 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법률개선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방출동로가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통로이자 생명로’라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문화 정착입니다.
송도소방서에서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추진합니다. 또한 매일 두 차례의 소방순찰을 통해 불법 주·정차 단속 및 계도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손에 잡히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소방차 출동로 확보와 안전문화 정착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