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로’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결로’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1.02.09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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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퇴근 후 저녁, 어찌 된 일인지 현관문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는다. 아침까지만 해도 잘 작동되어 출근했기에 이해가 가지 않아 도어락 수리업체의 수리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니, 도어락 내부에 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른 곳도 아닌 아파트 현관문에 설치된 도어락 내부에 물이 고여 있을까? 범인은 ‘결로’였다.

결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수분을 포함한 대기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져 대기가 함유하고 있던 수분이 물체 표면에서 물방울로 맺히는 현상이다. 혹자는 실내외 온도 차가 15℃ 차이가 나면 공기 중 수분이 물방울로 맺힌다고 한다. 도어락을 교체 후 집 안으로 들어와 훈훈한 실내공기를 느껴보니 ‘결로’가 설명되는 듯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리면 실외온도가 낮으니 실내온도를 높임으로 결로가 생성되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렇다면, 맹추위 속 반갑지 않은 결로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결로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해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맹추위 속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화재가 있으니, 건물 외벽에 설치된 분전함이나 보일러실 화재이다.

결로로 생성된 물은 보통 누수처럼 내부로 물이 스며들어 곰팡이 등으로 표현을 하지만 배전함의 피복이 벗겨진 전선과 노후 된 전선에 닿으면 합선으로 이어져 불을 낸다. 이때 배전함이나 보일러실에 추가적인 가연물이 없다면 일부만 탄화된 채 종료되지만, 창고나 공장으로 사용되는 샌드위치 패널 외벽이라면 건물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화재로 발전한다.

이달 한파주의보가 내려 기온이 ?11℃까지 떨어진 날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숯불갈비 집 온수 보일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영업준비 중으로 직원들이 내외부를 분주히 움직이었기에 소량의 연기가 발생할 때부터 화재를 인지하였다.

직원 한 명이 온수 보일러실에 연기가 나서 확인하고자 문을 여는 순간 화염이 솟구쳐 나왔다고 한다. 직원 4명이 힘을 합쳐 소화기 5대로 초기진화를 하여 불을 진압한 듯했지만,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벽면 내부로 옮겨간 화재는 소방대가 도착하고도 20여 분간 화재진압을 하고서야 종료되었다.

겨울철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이나 창고에 화기 취급 부주의 외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종종 발생하는데, 결로로 인한 물기가 샌드위치 패널 내부의 전기 콘센트나 전기선에 닿아 합선되어 급격한 화재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건물 외벽으로 사용되는 벽면의 콘센트나 전기시설은 방수가 잘되도록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올겨울 한파주의보가 다시 오기 전 건물 외벽과 맞닿은 전기시설이나 보일러실의 결로가 생길만한 곳을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로 방지가 어렵다면, 결로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확대되지 않도록 분전함과 보일러 주변 일부만이라도 불연재질로 구획하여 연소 확대가 되지 않도록 방호조치를 해보자. 화재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연소 확대를 막아 인명피해를 막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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