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
[덕암 칼럼]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5.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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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이야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여자가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 이라 하여 죽어도 시집간 그 집 귀신이 되라는 말이 있었다.

시집 보낸 친정 부모 마음은 안 그렇겠지만 오냐 하며 받아주었다가 혹여 기대게 되면 못 견디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리라.

또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 이라는 말도 있었다. 보고도 안 본것이고 듣고도 안 들은 것이며, 할 말이 있어도 참으라는 말인데 요즘 그러면 어찌될까 아마도 즉석에서 112순찰차가 달려올 것이다.

그 만큼 힘들더라도 잘 견뎌내어 한 집안의 안방마님이 되라는 바람인데 중요한 건 시어미가 온갖 트집 잡아 며느리를 괄시하는 건 고사하고 일부 못된 시어미는 어릴 적 당신이 당한 한풀이를 한답시고 폭력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럴 때 “엄니 때리지 말라”며 슬그머니 미소를 흘리는 시누이가 어디서 구했는지 부지깽이 보다 큰 몽둥이를 전해준다. 이럴 때 나온 말이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회 과정을 무시하고 32번째나 국무위원을 임명하자 야당들은 그 책임과 무능함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린 민심임을 모르고 울대에 핏대를 올리며 침을 튀긴다.

상탁수 하부정이라 했던가.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도 보은인사가 당연한 듯 선거 때 들락거린 참모들을 한 자리씩 주는 훈훈한(?)인심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직! 누군가는 앉아야 할 자리. 누가 앉으면 어떻고 아무나 앉으면 어떤가. 하지만 기왕이면 실력 있고 경험 있는 자가 리드할 때 조직의 활성화가 기해지며 그 활성화는 곧 대국민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아니라면 최종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뜻이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오후 10시 20분까지 10시간 동안 성남시청 시장실과 채용 관련 부서 등 1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2018년 11월은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수 십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성남시청뿐만 아니라 산하기관인 서현도서관 내 자료 정리원으로 근무한 것이 ‘부정채용'과 관련되는지 의혹을 파헤칠 목적이었다.

과연 성남 뿐일까. 성남보다 더 노골적으로 보은인사가 이뤄진 경기도 안산은 남의 일인냥 조용하다. 안산도시공사 사장이 처음부터 공채라는 과정을 통해 합법적(?)으로 임명됐으나 윤화섭 안산시장과 피 터지는 싸움 끝에 정리됐고 뒤이어 지난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정치인을 안산도시개발 대표이사에 선임했다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산문화재단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이래저래 요직에는 시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이미 공채라는 제도가 신뢰를 잃었으니 어떤 바보가 들러리 설 것인가. 인재를 구할 통로마저 막아버린 안산시, 이번에는 2013년 안산도시공사 경영본부장으로 일하던 중 인사채용 비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은 김철민 국회의원의 전 지역구비서인 서영삼 씨를 안산도시공사 사장으로 지난 5월 17일 임명했다. 물론 합법적인 공개채용이다.

시민단체와 야당 시의원들은 이를 두고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전과자 안산도시공사 사장임명, 안산시장 답하라” 말한다. 하지만 이미 형기를 마친 서영삼 사장 입장에서는 엄연히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대목이다.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시민이 인정할만한 기본적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며 과거의 범죄경력을 문제 삼았다.

이어 임원추천위원회 명단과 회의 내용, 후보 평가기준, 점수 공개 등 과정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덕성과 전문성은 눈으로 확인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동안 낙하산 타고 앉은 인물들은 검증된 자들이었던가. 국민의힘 안산시의원 일동은 서영삼 안산도시공사 사장 임명에 경악한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들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범죄자라며 과거 범죄경력을 문제 삼았다.

특히 시장의 시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도 놓았다. 시민이 뽑아준 의결권을 특정 정당의 무기로 삼아 휘두르겠다는 으름장이다.

필자는 서영삼 사장을 두둔할 이유도 친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번 인사가 결코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형언할 수조차 없이 많은 인사비리와 문제점을 방관하고 짚고 넘어가야할 일들에 침묵했다가 뒷북치는 소리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누가 누굴 탓하는가. 인사비리가 때리는 시어미라면 멀거니 보고만 있다가 뜬금없이 말리는 시누이에 불과하다.

그동안 뭘 했는가. 72만 도시가 65만이 되고 도심 한복판에 시민도 모르는 납골당이 안치 직전까지 왔는데도 입 다물고 있었다.

도심의 동맥이나 다름없는 중앙대로변의 녹지대가 법적 승소를 이유로 당초 방침과는 달리 대기업에 편익을 제공할 동안 그 누구도 그 어느 단체도 말리거나 문제 삼는 일이 없었다.

수십 억짜리 공룡알이 사라져도 도서관 자리가 아파트로 변해도, 고도 제한이 어느 날 풀리고 하천변의 용도가 바뀌어도 조용했던 시민단체와 야당들이었다.

대부도 펜션 단지가 특혜를 입어도, 4급 비서관이 향응 접대를 받아 언론에 보도되자 외려 고소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안산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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