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억울한 이중사의 죽음
[박미경의 기자수첩] 억울한 이중사의 죽음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1.07.14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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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얼마전 한 명의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여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군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지난 6월 29일 MBC PD 수첩에서는 이 중사 사건을 다뤘다.

이후 들끓는다 싶던 여론은 정치권의 각축전, 쥴리의 탄생, 대통령 후보자의 바지 발언, 코로나 대확산, 백신부족 등의 주요 기사로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가해자와 모종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2차 가해를 한 조직에서 바라는 바일 지도 모른다. 

지난 3월 2일 발생한 그 사건을 재구성하자면 이렇다. 이미 언론에서 알려졌다시피 공군 20전투비행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회식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던 24세의 이 중사는 평소에도 장 중사란 인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고 아직 어린 나이의 여성이 직장내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 참석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부대 밖 식당에서 여성이 한 명 뿐인 술자리가 끝났다. 그리고 부대로 돌아오는 차량 안에는 5명이 탔다. 조수석에는 민간인, 직장 안 군인인 노모 상사와 이 중사, 그리고 문제의 장 중사가 뒷좌석에 탔다.

성추행은 세사람이 있는 뒷좌석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노모 상사는 민간인과 내리면서 사태를 인지하고 앞좌석에 한 사람이 앉을 것을 권유까지 하고 내렸다.

사건은 두 사람이 내리고 세 사람이 탄 승용차 뒷좌석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십 여분 동안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심각한 성추행을 당한다. 앞에 후임인 운전자가 있는 상태였다. PD 수첩에서 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 중사의 성추행 내용은 성폭행 수준의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허벅지,중요부위, 키스 등의 언어가 죽은 이의 외마디 비명처럼 화면에 찍혀있었다. 이 중사가 내리고 나서 장 중사는 곧바로 이 중사를 따라가 신고해볼 테면 해보라며 협박했다고 한다.

이 중사는 바로 위 직속 상사에게 보고했고, 군내 사건 담당 구성원들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갔다. 군사경찰단은 자살사건을 진단하면서 성추행 사실을 삭제하고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속에 “내일 어떻게 제 얼굴 보시겠습니까”라고 절규하는 이 중사의 목소리가 음성으로 들렸다.

그리고 80일 정도 이 중사의 외로운 투쟁이 시작되었다. ‘강하라. 담대하라. 두려워말라.’ 이 중사가 남긴 메모이다. 절망한 그녀는 결국 세상을 버렸다.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면서 더러운 세상에 항의하고 떠났다. 지인들에게 “내 몸이 더렵혀졌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녀를 회유하던 군 간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그냥 덮어달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 중사의 결혼 상대자에게도 사건을 덮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고 명백한 증거도 있는데 모두가 왕따를 시키는 등 2차 가해를 시작하니 이 중사는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성에 관한 문제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 문제로 폭로하는 순간 여성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김지은입니다’를 쓴 안희정 전 지사 고발 여성도 이후의 죽음 같은 삶을 책에서 토로하고 있다. 높이 살 만한 부분은 약혼자의 행동이었다. 이 중사의 남자친구인 그는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혼인신고를 했다. ‘가정파괴범’이라는 말이 있었다.

여성이 정조를 지키지 못하면 그 가정은 깨지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에서 나온 말이었다. 장자연 사건, 단역배우 두자매 자살 사건 등 자매들의 죽음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 단역배우 자살사건의 어머니 장 모씨는 지금도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유튜브 등에 영상을 올리며 투쟁을 하고 있다.

성피해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영원히 가해한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이 악의 사슬은 언제까지 암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야 할까? 여군들은 군에서 따로 관리해햐 하는 부분일까? 지금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어야 할 한 여성과 그의 가족들에게 닥친 불행이 가슴을 옥죄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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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영 2021-07-15 14:33:36
너무 힘드셨을꺼에요... 잘못한 사람들 벌 받았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이런 사건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생엔 좋은 사람만 만나 좋은 삶을 사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