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분식 수난시대 떡볶이와 컵라면
[덕암 칼럼] 분식 수난시대 떡볶이와 컵라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2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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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분식은 일반 식사류와는 달리 주문이 편하고 조리가 쉽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서민들의 간식으로도 인기가 있다 보니 떡볶이 메뉴에 온갖 양념이 응용되어 이른바 퓨전요리가 우후죽순 탄생한 것이다.

이런 서민음식을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이자 유력한 대권후보와 황교익 전 경기관광공사 내정자였던 자가 같이 나눠먹었으니 밥 한번 안 먹었다고 강조하는 말이 맞는 것이다.

그것도 폼나는 한정식집도 아니고 시장판에서 둥근 탁자에 순대와 같이 이른바 먹방을 함께 했는데 이걸 밥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황씨의 주장이다.

말이야 맞지만 누군가에게는 한끼 식사다. 그것도 이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절규와 비명을 질러대는 날 그러고 있었으니 국민적인 공분까지 샀다.

온갖 특혜나 맞춤형 인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때 황씨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이낙연 후보의 정치 생명줄을 끊어놓겠다고 대놓고 공언했고 같은 여권에서는 내분으로 야당에서는 호재로 삼았다.

외부에서 볼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정을 했든 안 했든 비난의 화살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로 불똥이 튀었다.

특혜가 아니라며 펄쩍 뛰던 황씨와 이천 화재 현장에 나름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먹방을 전면 반박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어정쩡한 사과로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들의 기억에는 거부와 변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뒤였다.

사과도 때가 있는 법, 처음에 아니라 펄쩍 뛰었던 변명과 이미지는 당사자의 인성과 기본적인 입장으로 보도된 뒤였고 적잖은 국민들이 이미 밑장을 본 화투판이나 마찬가지였다.

후보 때도 저러는데 당선되면 어떨까 싶은 우려, 코드 인사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첫 입장에서 감춰진 발톱을 본 것은 아닐까. 문제는 그놈의 떡볶이다. 아마 이 지사나 황 씨가 떡볶이 집만 들르지 않았어도 넘어갈 일이었다.

그렇다면 떡볶이가 무슨 죄가 있을까. 첫째 파는 장소다. 시장판이면 서민들이 주로 다니는 장소로 평소에도 이 지사가 다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방송기자들과 이를 대단한 행보인 냥 이슈로 삼는 여론형성이 문제였다.

떡볶이 파는 상인이나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응원하던 시민들 입장에서 얼마나 대단한 환영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런 쇼맨십이 훗날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의 문제가 될 줄 상상이나 했으랴.

둘째는 팔리는 시간대다. 막상 문제로 부각되자 이른바 내로남불의 결과만 가져왔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로 고발한 이 지사가 자신의 먹방 유튜브 촬영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있었고 적절한 지시를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미 이 지사의 사과와 황 씨의 자진사퇴로 마무리 되었지만 하필이면 이천 화재로 심각한 날 팔려서 죄없는 떡볶이의 이미지가 죄의 초점이 되었던가.

우리말에 ‘안하던 짓 하면 탈이 난다’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떡볶이도 먹을 수 있고 먹고도 안 먹었다고 우길 수도 있다.

이 지사가 먹으면 뉴스감이고 학생들이나 서민들이 먹으면 간식이나 식사가 될까. 진정한 애민정신으로 대권에 도전했다면 시장판 돌아다니는 것이 뉴스가 아니라 민생행보다운 준비가 있어야 한다.

감히 대권주자가 서민들판에 출두하였으니 대단한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에서조차 사과하라며 난리를 치는 통에 하기는 했지만 했다고 여기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쪽에서는 소방관이 울고 한쪽에서는 이 지사가 떡볶이를 먹으며 웃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대권후보들이 물고 늘어지는 또 하나의 건수가 있다. 이지사의 지사 찬스라는 점이다. ‘찬스’ 어떤 기회가 올 때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뜻인데 이 지사와 같은 1964년생으로 제38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역임한 원희룡 국민의 힘 예비 대권후보다.

무소속으로 51.7%의 득표율을 기록한 원 전지사는 지난 7월 25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8월 1일 전격 사퇴했다. 대권에 올인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무기를 버리고 링 위로 올라가겠다는 원 전 지사는 연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사직 활용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 대목에서 이 지사는 차라리 경선을 포기하겠다며 다른 국회의원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지사직 사퇴는 각자의 역량이고 재량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 선관위에서조차 불공정문제가 아니라 적절성 면에서 사퇴를 권했지만 경선완주와 도지사직 유지 둘중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고 요구하면 도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출발선상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후보들은 주택·재난지원금 지급 등 현실적으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이 지사의 발표에 적잖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이 지사의 공약과 도정 발표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내정이나 이천 화재사건에서도 연일 경기도의 공식 입장은 옹호일색이었다. 대권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도처에 오해의 소지가 차고도 넘치는데 당사자만 아니라 우기며 양손의 떡을 다 잡고 있으면 누가 공정하다고 여길까.

필자는 누가 당선되든 무관하지만 적어도 공정과 정의와 평등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도 당초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현주소가 이럴진대 출발도 하기 전에 무리한 속내를 보인 이 지사가 당선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목표가 특정 개인이나 무리들의 정권 장악에 달려있다면 그 레이스는 접어야 한다. 단 목표가 국가발전과 국민의 안녕을 향한 것이라면 그 과정에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비난이나 험담의 비바람도 견뎌내야 한다.

자신은 뭘 해도 잘못한 게 없고 남은 뭘 해도 잘못했다는 논리는 가장 위험한 자아도취 현상이다.

문득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 앞에서 컵라면 먹었다는 이유로 경질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클로즈업 되는 건 왜일까. 자고로 죄없는 떡볶이와 컵라면의 수난시대인건 틀림없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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