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화려한 말잔치 이제 그만
[덕암 칼럼] 화려한 말잔치 이제 그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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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이 계속되는점에 대해 국민께서 정부를 지켜 주셨듯 정부 역시 단 한 명의 국민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시점에 SNS에 발표한 이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텅 빈 가게에 멍하니 앉아계시는 상인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 일상조차 양보한 국민들, 하루하루 힘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보며 차마 잠들지 못한 날도 많았다고 했다.

또 위기가 대한민국이 도약할 기회라 믿는다며 취임시 약속드린 대로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말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말이다. 중요한 건 말을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있느냐인데 이미 대통령부터 장·차관은 물론 보건당국의 온갖 말잔치가 얼마나 화려했던가. 겉도는 행정에 줄줄 새는 혈세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분간을 못하는 형국이 언제까지 갈지 대략 난감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나름 의식있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 십 번 강조한 사항이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였다.

가장 먼저 단전·단수와 통신사로부터 통화 정지된 현대사회의 사각지대다. 나라의 빈부격차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도 있는 것이기에 가난을 구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따라서 폭염에 전기도 안 들어오고 물도 안 나오는 것은 이미 삶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는 환경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수십 만 단전 ·단수가구와 공장과 가게가 충분히 파악될 수 있음에도 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통신도 요즘 사회에서는 눈과 귀 역할을 대신하는 만큼 단절될 경우 재난지원금이 얼마나 언제쯤 나오는지도 알 수 없고 그 흔한 식당 출입 시에도 본인인증이 필요한 만큼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뿐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각종 4대 보험료조차 낼 수 없어 건강보험 급여 제한을 통보받은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 2019년 통계를 볼 때 월 보험료가 5만원 미만인데도 보험료를 못낸 생계형 체납가구가 251만 가구, 이중에서 2만원 이하면서도 못낸 가구가 154만 가구, 건강보험 적용을 아예 못 받는 급여 제한자 중 만 65세 이상이 약 8만 명이다. 20대 청년도 5만 명을 넘어섰다.

그나마 먹고 살만한 2019년이 이랬으니 2020년 통계는 올해 10월, 내년 통계는 2022년 10월이나 되서야 나온다.

최악의 통계가 어찌 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나 적어도 가난의 악순환이 가져오는 결과치는 이미 멀리서 넘실대며 다가오는 파도처럼 충분히 예상된다.

급증하는 자살률, 경제적 이유로 이혼, 그로 인한 아이들의 방황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학원폭력,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단전·단수·통신 중단, 건강보험중단, 사정이야 어떠하든 이들을 제쳐놓고 무슨 화려한 말잔치인가. 혼자 버티다 조용히 삶을 마감하며 무연고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 남의 나라 일일까.

김 총리는 포용적 경제회복 정책으로 경제 양극화 심화의 흐름을 끊어내고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을 대비하겠다며 코로나 피해 회복과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데 주력하여 한국판 뉴딜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뉴딜, 영어 쓰면 더 돋보이는가.

힘든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며 이미 죽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 고문으로 달콤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이제 누가 믿을까.

정부는 재난지원금 같은 민심달래기에 연연할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행정복지센터 단위로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기본 반찬이라도 포함된 급식센터를 개설하고 생리대가 없어 망연자실한 여학생들에게 보급형 저가 생리대라도 지급할 것이며 먹었으면 싸야 하니 화장지라도 챙겨주어야 공중 화장실이라도 갈 것 아닌가.

멀리 볼 것 없고 대단한 국정 업무에 관심 가질게 아니라 지금 당장은 고독사를 방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잘 챙겨야할 때다. 이제 아이 낳아 사람이 시끌벅적한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다시 과거처럼 사람 풍년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며 점차 습관화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고로 말이란 상황에 따라 복이 될 수도 화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모두가 조용히 수그리고 있어야 하는 시점에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화려한 말잔치는 자칫 화를 돋우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를 지켜준 적 없다. 내라는 세금 내서 그 세금으로 권력자들이 돈으로 분탕질을 한 것이며 시키는 대로 방역수칙 따라 준 것 밖에 없다.

정부 역시 단 한 명의 국민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끝까지 세금 받아내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현직 국무총리의 말이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입성도 하지 않는 자들은 당장에 파라다이스 같은 천국을 건설하겠다며 너도나도 거품을 문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 가만 있는 게 도리다. 적어도 불 꺼진 방, 수돗물과 전화기가 끊긴 어둠속에서 단 1주일이라도 삶에 대한 공포를 체감해 보지 않았다면 단 한 명의 국민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병원도 갈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보험료를 체납하는 것이며 급여 제한으로 기본적인 약조차 살 수 없는 나라,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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