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경술국치일 과거일 일까
[덕암 칼럼] 경술국치일 과거일 일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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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경술국치일, 나라를 잃은 1910년 8월 29일 그날이 조선에는 치욕의 망국일 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경사가 난 날이고 그 후손들은 그날 이후 호의호식에 들어갔다.

현재를 살기도 바쁘고 힘든데 케케묵은 과거 일을 들추는 게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참고로 하여 국권을 상실한 날의 배경과 향후 이를 어떤 각도에서 재조명해야 할지 짚어보자.

경술국치일에 앞서 1876년 일본은 조선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단순한 상거래 같지만 이미 식민지 계획에 착수한 거나 진배없었다.

이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이 1905년 1월 1일 개통됐지만 누굴 위해서일까? 일본은 조선의 발전이라고 우겼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을 위한 통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도 1906년 4월 개통됐다. 일단 교통정리가 확보되자 경제의 상징인 돈을 일본 화폐로 바꾸는 메가타의 화폐정리, 토지확보를 위한 동양척식 주식회사를 세우고 러시아와 전쟁을 위한 조선 땅의 사용권 즉, 1904년 한일의정서가 체결된다.

조선의 조정간섭을 위한 1904년 1차 한일협약의 체결, 이어 1905년 11월 을사늑약 체결, 1907년 7월 고종을 폐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킨 정미조약체결, 1910년 8월 22일 어전회의가 개최되고 민족의 원흉인 이완용과 데라우치의 이름으로 한일병합조약이 조인되기까지 모든 일은 속속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주일 뒤인 8월 29일 일본의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공포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경복궁에 일장기가 걸리고 111년 전 오늘 한민족의 피비린내 나는 식민시대가 시작됐다. 글과 국기와 말과 심지어 이름과 노래는 물론 머리에 튼 상투까지 죄다 잘라내는 민족혼 의 말살이 시작됐다.

이미 일본이 1592년 4월 임진왜란 이후 7년 동안 전쟁을 벌이고도 조선을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고 침략해온 과거가 있을진대 어찌 그리 무방비한 상태로 다시 나라를 내줬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때 전쟁을 마친 일본이 1597년 9월 조선인 2만 명의 머리 대신 귀와 코를 잘라 무덤을 만들고 뭐가 자랑인 듯 1968년 4월 12일 일본의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다.

지금도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차야마치에 가면 볼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귀와 코를 잘라 쌓은 무덤이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300년이 지날 때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일본은 흥선 대원군과 민비의 갈등을 틈타 조선침략의 계략을 추진한 것이다.

191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놓고 조선을 유린 하던 일본은 무려 36년 동안 진물 단물 다 빼먹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착취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죄가 있다면 지리적으로 일본 옆에 있었다는 것과 때려도 맞고만 있는 조선이 만만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무릇 국운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고 사람의 운명은 사람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기 마련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국경간의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한 흥망성쇠는 반복해 왔다.

그 과정에 서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서기전 12∼8세기에 있었던 고대 이스라엘왕국의 멸망 후 전세계로 흩어졌던 유태민족이 다시 건국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 하루아침에 몰락한 폼페이와 숱한 전쟁을 치르고도 살아남은 로마도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특정 국가를 대 놓고 수 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그런 적 없다고 버티는 철면피는 없었다. 유일하게 일본만이 한국의 피를 빨고 살을 베어 먹으며 혼을 파헤치는 악행을 저질렀다.

강대국들의 적당한 협의에 제대로 싸대기 한번 못 날리고 이웃나라 운운하며 한·일간의 우호관계를 논한다.

일본이 자국의 우월감에 자위대 창설이후 언제든지 세계를 재패할 핵무기의 소재를 넉넉히 확보한 지금, 과연 한국은 언제 또다시 식민지로 반복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언제는 한다하고 했던가. 임진왜란 때 그렇게 당하고도 일본의 식민지가 될 줄 상상이나 했던가. 요즘 일본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충분히 이런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에 뿌리깊이 자리한 친일의 기득권이 당당하게 호의호식 하는 한 식민국가의 전락이 반복되지 말란 전제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껏 국가간 협의 분위기나 국가별 성장 기류를 보면 약육강식 그 자체다. 미국도 자국의 이득이 먼저고 이는 북한이라고 아니라 할 수 없다.

전범국가란 이유로 발톱과 이빨을 갖출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일본의 침략 근성은 잠자는 이무기나 다름없다.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 다시 한국을 발판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싸움에는 선빵 이라는 게 있다. 맨날 맞고만 있으니 호구로 아는 것이다.

경술국치일 111년을 맞이하여 할 수만 있다면 일본 천황에게 시퍼런 삼국시대의 검 환두대도를 휘둘러 2021년 현재 제126대 나루히토 천황을 폐위시키고 부인을 베고 그 시신을 태운다면 뭐라고 할까.

일본 열도를 침략해서 앞으로 수 백년 동안 10대 여자들을 수 십 만 명이나 강제로 집단 성폭행하고 온갖 문화재나 쓸만한 것은 죄다 빼앗아 온다면 과연 일본이 한국을 어떤 태도로 대할까.

수급이 무거워 코와 귀를 잘라 무덤을 만들어 국가 사적으로 기념하는 일본, 모든 게 역지사지라 했다.

선대에 지은 죄는 후대가 받는다. 지리학자들의 말대로 일본 열도가 들썩거리는 징조를 보면 굳이 대놓고 선빵 놓지 않아도 하늘의 천벌이 내려질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인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는데 있다.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앞으로 더 당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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