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인맥도 빚도 원고도 없는 대통령
[덕암 칼럼] 인맥도 빚도 원고도 없는 대통령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1.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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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연일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TV조선 주최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21'에 출연해 국제 포럼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려던 중 단상 아래 마련된 프롬프터에 준비한 연설문이 송출되지 않아 2분간 침묵이 흘렀다는 소식이 공중파를 탔다.

언론에서는 너도나도 질세라 경쟁하듯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속보가 쏟아졌다. 보란듯이 이재명 후보는 보지도 않고 연설을 이어갔다는 비교와 함께 원고가 없어 침묵하는 윤 후보를 위해 사회자의 임기응변으로 수습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보도됐다.

이 대목에서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특정인에 대한 편견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상식선에서 판단해보자.

제목이 글로벌 리더스 포럼이라면 대충 해석해도 세계적인 지도자란 뜻인데 요즘처럼 한류문화가 대세를 이루는 형국에 할수 있는 말이 얼마나 많을까.

원고없이 몇 시간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공감할만한 상식들을 나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다 밑천이 딸린 윤석열 후보가 운이 없어 난감해진 것이지 그동안 대담이나 토론에서 보여준 두 후보의 정견이나 정치적 철학의 나열은 보좌진들의 정성어린 준비와 초단위로 변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테크닉의 결정체라 볼 수 있다.

짐작대로 그게 아니고 두 후보의 뛰어난 전문지식과 혜안의 부각이라면 두 후보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평생의 절반을 검찰의 구형에 대해 의뢰인을 변호하고 윤석열 후보는 범죄자 조사와 구형에 평생을 보낸 후보들이다.

대선 후보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그 어떤 분야든 명석해 진다면 그게 오히려 모순이거나 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빠듯한 선거일정을 대비해 모든 준비를 분야별 전문가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데 이번 일 또한 그런 과정에서 펑크가 난 것일뿐 이미 알고 있었던 후보의 자질 한계를 마치 새롭게 발견한 것 마냥 말도 못하는 후보로 보는 게 편견 아닐까.

차라리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이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 여기까지만 보면 후보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나 말한마디 조차 주변의 측근들이 심사숙고하며 보좌한다는 뜻인데 소위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이 된다.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사람들이며 당선 후에 이들의 거취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미 19대 대통령이 있기까지 과거가 증명하고 있으며 지금도 임기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인 장관을 겸직하는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둘이며 한두 번인가. 인사가 만사이며 적시적소에 인재를 고루 등용하라고 주어진 임명권을 야당의 청문회조차 외면해가며 독주로 달린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가져온 오류가 얼마이며 조직의 부패와 폐단이 하염없이 불거졌음에도 반성이나 사과는 물론 지난 21일 일요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300명의 국민패널들과 대화에서 자화자찬으로 마무리했다.

진정한 레임덕은 상명하복이 먹혀들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이미 그전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스스로의 제동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도 포함된다.

이쯤되면 국민들은 지금까지 대통령을 선출한 게 아니라 정치적 권력 즉, 정권을 선택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는 안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 당선되고도 가만있을까.

대추나무 연 걸리듯 이미 이런저런 명칭에 남발한 임명장만도 수 천 장이다. 너도나도 후보들 이름으로 주어진 임명장을 보란듯이 SNS에 자랑하고 다니며 이미 대통령 최측근임을 내세우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만 보더라도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때와 죄인이 되어 교도소 신세를 질 때 권력자와의 동행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자신의 소신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보다는 일시적인 보여주기에 소품이 되고 마는 장식용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인맥없이는 당선이 불가능하고 인맥에 의존하면 보은인사가 당연한 것이니 광복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안이 있을까. 정권을 뽑을 게 아니라 후보를 뽑아야 한다.

원고없이 벙어리가 되는 후보 말고 소신껏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후보, 국민과 눈을 맞추며 다소 못하더라도 살아온 삶의 경험을 토대로 있는 그대로를 말할 수 있는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다음 대통령 선거의 최대 사용한도액은 약 509억 원이다. 현재 두 후보의 재산 신고액을 보면 턱도 없는 돈인데 누가 그 돈을 채워줄까.

당선되려고 죽어라 전투적인 전략을 고육지책으로 벌여야 한도액을 넘지 않고 싸울 수 있다. 정치후원금도 모아야 하고 누가 어떤 방식이든 돈은 전쟁터에서 총알이나 다름없다.

익명의 후원자가 후보자 몰래 앞마당에 돈 뭉치를 던지고 가지 않는 한 빚이다. 인맥과 돈에서 빚진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과연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보은인사나 모든 행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연일 후보들의 강행군이 공중파 방송의 화면을 채우고 있다.

확진자는 급증하고 병상은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며 백신의 부작용으로 죽어가는 국민들이 줄을 서고 있어도 후보들의 발걸음에는 인파들이 넘친다.

사람 봐가며 확진되는 코로나19의 인공지능을 국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까. 과연 이 땅에 국민들의 안녕과 미래를 안전하게 이끌어줄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정권이 가져온 부패와 위선의 굴레를 벗어날 길은 없을까.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의 신성한 한 표가 한 방울의 물이라면 거대한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것 또한 한 방울의 물이면 가능하다.

제 아무리 두 후보밖에 없다며 광란의 굿판을 벌여도 한줄기 대금소리가 새벽이 다가옴을 알려주지 않을까.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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