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어야
[덕암 칼럼]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어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1.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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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모양새도 나오고 올바른 처신으로 비춰진다.

가령 서민은 서민답게 자신의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맞는 것이고 코미디언은 웃겨야 하며 정치인은 사회의 지도층답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도둑은 잘 훔쳐야 하는 반면 경찰은 범죄를 예방, 단속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필요악 이란 게 있다.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사항까지 범죄자가 없다면 가장 먼저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변호사는 물론 관련 인프라까지 광범위한 사람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는 어떠한 일이든 과정이 있었기에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며 최근 벌어진 층간소음 관련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도 원인을 알고 보면 건물의 시공과정에서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사건이었다.

층간소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현대판 문명의 미완성 교향곡이었다. 진작 근본적인 대안이 나왔어야 할 사안이며 건설업계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누구하나 과감한 입법 추진이 미진했던 부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불씨는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도심 아파트의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경찰에게 불똥이 튀긴 셈이다.

사건 발생후 경찰이 출동한 현장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전제와 함께 경찰도 사람이니 자신의 안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이라는 직분에 대한 책임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닌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고 해당 경찰관과 지휘책임에 대한 관할 서장의 문책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여경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오또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해’를 반복하는 여자경찰에 캅스를 더한 합성어로 생겨난 것이다.

심지어 여경 한 명에게 순찰차 한 대가 따라다녀야 하는가하면 관할 서장들도 여경에 대한 특별대우가 성행하고 있다는 논란도 언론을 장식했다.

여기까지는 사람이 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론을박에 해당된다. 문제는 남경·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전체의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또 마이크를 잡았다.

경찰청장의 사과와 함께 관할서장이 직위해제 되는 인사조치가 뒤따랐다. 이에 앞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에도 공군 참모총장인 포스타(Four Stars)가 하루아침에 옷을 벗었다.

이때도 대통령은 격노하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두 사건 모두 국민의 공분을 샀다는 것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보란 듯이 칼자루를 휘둘렀다는 점이다.

공감대를 살만한 일이면 인기를 끌거나 관심을 모을만한 일이면 가리지 않고 즉흥적인 인사 조치를 취하는 것이 능사일까.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직위해제를 하는 것이며 후속조치는 무엇인지와 궁극적인 대안마련에 대한 발표가 병행되었다면 더 납득하지 않았을까.

국민의 관심이 목적인지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적극적인 처사인지 보는 이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더해가자 청와대로 초청해 기념촬영 사진을 공중파에 내보내는 것을 참고하자면 꽃밭에서 사진 찍는다고 사람이 꽃이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대통령이 할 일과 할 말이 따로 있는 것일진대 무엇 하나 터지면 마이크를 잡고 나서는 건 보좌하는 참모들이 아둔함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비상 걸렸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류하는 중국인 입국의 문을 열어놓은 것도 대통령이었고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국민이 초긴장 상태로 떨고 있을 때 일상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가 꽁지 빠지게 말문을 닫아버린 것도 대통령의 섣부른 입방정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번 층간소음 사건에서 현장을 이탈한 경찰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관할서장을 날릴 것인가.

같은 사건은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라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따금씩 도로변이나 한적한 갓길에 정차한 순찰차를 보면서 밤새 자다 못해 날이 훤한 아침까지 잠든 모습을 보며 그냥 집에 가서 취침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각이면 순찰 코스대로 돌아서 밤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이나 절도범, 기타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주행거리나 연료소모량을 보면 순찰기록부와 상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잠자는 시간과 사건발생 시간이 같다면 이는 잠든 치안부재의 현장이며 이런 사소한 점부터 개선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민심이 흉흉하고 대선캠프는 환란의 시기 광란의 굿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백성은 아비규환인데 정치판은 연일 질풍노도의 길을 달리는 동안 경찰의 안일한 대처에 민심은 풍전등화에 놓인 형국이다. 지난번 공군 여중사 사건 이후 현재와 뭐가 달라졌을까.

보란 듯이 성추행 사건이 증가했다. 대통령 말이 안 먹혀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앞으로 층간소음 같은 사건이 몇 번을 더 반복해도 당하는 국민만 불안할 뿐 목숨 걸고 국민을 보호할 경찰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제2, 제3의 ‘오또케’가 등장하더라도 여전히 여경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또 나설지 두고 볼 일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치안부재 상황에 대한 대안이라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와 동일 사례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적인 대응 메뉴얼이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사람이 다칠 정도의 상황이라면 총기사용이나 테이건 사용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 소방서가 화재 훈련을 하듯 현행범 제압에 대한 훈련도 병행하는 노력도 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어떡해, 어떡해’만 반복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여경으로 비춰지는 걸 방관할 것인가.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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