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누가 누굴 탓하랴 돌고 도는 적폐청산
[덕암 칼럼] 누가 누굴 탓하랴 돌고 도는 적폐청산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06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적폐’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란 뜻인데 누가 어떤 일을 하든 기적처럼 착오 없이 추진되지 않는 한 문제는 발생되는 것이고 이를 문제 삼으면 문제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난달 24일 법무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 발표를 지켜보면서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를 새삼 돌이켜 보게 되는 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풍경 때문이리라.

아무리 잘해도 바라는 입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부족한 것이고 수 천만 국민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이용하여 적폐로 몰아간다면 과연 누군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6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행동 및 촛불 집회는 마른 갈대밭에 불이 붙듯 삽시간에 번지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은 세종로에서 태평로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손마다 들려졌고 2016년 11월 16일에는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19일에는 부산 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대대적인 집회가 열렸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가운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선고와 함께 거리는 대대적인 축제 물결이었다.

탄핵선고 이틀째인 11일에는 마지막 촛불집회로 막을 내리면서 탄핵 환영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다음날인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강도 높은 조사에 임했다.

이어 30일 영장심사가 진행되면서 31일부터 본격적인 수감생활이 시작됐다. 어쨌거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21일 서울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후 대대적인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호송버스에서 하차해 공판에 출석하는 장면을 지켜본 바 있다.

불과 10초 상당의 이동 동선에서 손목에 수갑 찬 모습이 아무런 모자이크처리도 없이 방송에 노출되었으며 같은 장면을 수 십번 반복하는 등 개인의 인권까지 자근자근 씹어대는 행태를 볼 수 있었다.

평소 온갖 아부와 과잉충성으로 손바닥 지문이 안 보일 만큼 비벼대던 간신들과 사이비 언론들의 공격은 앞뒤 가리지 않았다.

박근혜의 아들이라며 대형 현수막에 자신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선전하는가하면 친박의 중심임을 과시하던 인물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어설프게 편들었다가는 성난 민심에 표를 잃고 공천까지 못 받을까봐 쳐다도 보지 않았다.

신의와 충성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까지 모조리 트집을 위한 트집요소로 충분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성난 민심은 이제 4년 8개월이라는 수감기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특별사면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럴려고 그 추운 날씨에 광화문 간줄 아냐며 수감기간을 채우지 않고 출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성토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하는 민심도 점차 늘어갔다. 국론은 양분되고 사회의 대립은 이제 각 개인의 삶에 대한 돌파구보다 계파간의 대립으로 확산되어 좌파·우파나 보수·진보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으로 초점이 모아졌다.

문제는 대선을 62일 앞두고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석방을 요구하던 국민들이 고마워할까.

이미 신체적 기능까지 만신창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태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여야 후보들이 서로 얼굴에 침뱉기를 중단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서로 까발린 문제점만 해도 이미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낙제점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은 당초 대법원 판사가 결정한 범죄를 건강 이상을 이유로 사면시키는 점에 대한 당위성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민 대화합의 관점에서 복역 중인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3,094명에 대해 신년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미뤄왔던 특별사면을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사면하는 점이 과연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22년이 확정된 수감자를 건강이 안 좋고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사면시킨다면 죄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의 형평성과 대법원의 판결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잡아넣지를 말든가 넣었으면 수감기간을 채우든가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여론몰이에 따라 들어갈 수도 있고 상황봐서 풀어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면 구속과정의 허구가 거론될 수 밖에 없다.

허구가 실체가 되어 국운까지 좌지우지 한다면 향후 이같은 행태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며 현재 집권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 또한 차기 집권자로부터 어떤 일을 겪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적폐와 정치보복의 구분이다. 잘못했으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보복으로 비춰지는 일체의 행위가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 돌아가는 판을 보라. 질병의 창궐에 경제적 피폐함이 극치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 정치인들의 대립으로 국민들 민심까지 양분되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으니 이 무슨 아비규환인가.

보복은 보복을 부르고 그렇게 당선된 지도자는 같은 일을 악순환 할 수밖에 없다.

한번씩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짓을 반복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불행한 역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김균식
김균식 다른기사 보기
kyunsi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