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기억보다 기록에 의존해야
[덕암 칼럼] 기억보다 기록에 의존해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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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독자 여러분은 어제 일을 얼마나 기억할까. 곰곰이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침부터 잠이든 시간까지 절반 정도는 회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3일 전이나 일주일 전의 일과를 돌이켜 보라하면 얼마나 기억할까. 아마도 별도의 기록이 없다면 ‘글쎄’라는 물음표로 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기록을 남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바 있다.

어쩌다 보니 청소년때부터 지금까지 약 40년을 매일 일기를 쓰게 되었고 매년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이어리를 새로 바꾸게 되는데 필자의 가장 중요한 보물이자 삶의 흔적인 일기장이 수 십권 분량에 달한다.

하루 한장씩 약 1만 여장이 넘는 수기 작성의 일기는 간혹 뒤져볼 때마다 엊그제 같은 일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눈을 뜰때부터 잠들때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간략히 적을 때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을까 싶기도 하고 1만 원 이상의 모든 입·출금을 기록하다보니 때론 안 써도 될 돈에 대한 낭비적 반성과 써야 할때 부질없이 아꼈던 수전노의 내역에 대해 인색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혹자는 참 피곤하게 산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고 그게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미 호흡이나 식사보다 더 중요한 생활의 일부가 되다 보니 이젠 안 쓸수 없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간혹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 하루 이틀 밀리다 보면 통화내역과 영수증, 기타 생활상의 흔적들을 모아 시간대 별로 정리해서 겨우 이어가는 경우가 수십, 수백 차례나 반복됐다.

이럴 때 느낄 수 있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다. 사람의 한평생이 거대한 강물이라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지만 강물의 중간쯤 위치에서 손가락을 수면위에 넣어보면 빠른 유속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마냥 천년 만년 살 것 같지만 이처럼 빠른 하루가 모아져 일 년, 십 년이 되고 그렇게 검은 머리가 흰머리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시간을 수 십년 기록해 본 경험자만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속도는 단순한 일기가 아닌 평범한 인간 세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록으로써 훗날 필자가 수명을 다하는 날, 다음 세대에서 평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듯 일기가 개인의 흔적이라면 23년째 써온 칼럼은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일명 보도자료라는 공공기관의 공식 자료는 언론사에게 보도를 할 때 자료로 삼아달라는 것인데 적잖은 언론사들이 발송처로부터 보내온 보도자료의 오타까지 그대로 보도하다 보니 기관의 공보 담당자들이 속으로 혀를 차는 것이다.

이렇듯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만 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보도자료를 잘 챙겨 신문·방송에 실어주니 소중한 혈세로 조성된 행정 광고비가 배정되는 것이고 이를 주는대로 받아 써야 밥값을 하니 어찌 보도사료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보도자료 100건 보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발로 뛴 다양한 분야의 개발 기사가 넘쳐날 때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고로 20년 전에 기자의 자질향상을 가꾸지 않으면 기레기 취급받는 날이 온다고 주장했다가 십 수년간이나 응분의 대가를 치른 경험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시련이 훌륭한 훈련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때로는 억울한 고자질로 검찰의 문턱이 닳도록 조사를 받기도 하고 필자 자신도 모르는 숱한 음해·모함에 억하심정을 겪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지난 기록을 찾아 위기를 모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기록의 힘을 공감한 바 언론인의 직분으로서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행정기관의 보도사료로 길들여지기 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쓰고 또 쓰다 보니 쓸때는 몰라도 누적된 글들을 보며 보람과 부족함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됐다.

그렇게 개발 기사로 성이 안차 기자수첩을 쓰고 지금은 언론사 대표로서 칼럼을 쓰다 보니 사회의 단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밟고 있다.

당연히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행보는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대략 수 만건에 달하는 개발 기사와 수 천건의 칼럼, 그리고 1만 여장의 일기장을 합치면 잠실 운동장을 A4 용지로 뒤덮고도 남을 분량이다.

2022년 1월 14일 오늘 이같은 서론이 긴 것은 바로 ‘다이어리의 날’이기 때문이다. 굳이 한글로 하자면 기록장인데 작은 기록은 모아져 역사가 된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도 정신병자처럼 조선팔도를 다니며 지도를 그리자 조정대신들에게 첩자로 몰려 곤욕을 치렀고 당대에 미친자로 비난과 천대를 받아야 후대에 위인까지는 몰라도 삶의 지침이나 참고는 되지 않을까.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 메모라고도 하고 누구나 평소에 기록을 남기는 것 또한 각종 사회적 지표를 정하는 참고 자료가 된다고 한다. 필자는 성공하려고 기록한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쓰게 된 것인데 써본 경험자로서 혹여 아직 쓰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권해보는 정도다.

사람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쓰고 남으면 저승갈 때 노잣돈이라 해서 시신을 염하는 장례사 손에 들어가는 게 전부다. 계좌의 잔고나 건물등기부등본에 자신명의로 남기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하겠지만 작금의 사태처럼 멀쩡하던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수 십 차례나 반복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마음이다.

돈도 권력도 재산도 모두 두고 가는 게 사람의 여정일진대 그래서 남는 게 기록이고 이름 석자 뿐일진대 하는 짓들을 보면 멀쩡한 사람들은 사람처럼 살아가고 사회를 이끌어야 할 지도층들의 하는 짓은 마치 아귀나 좀비들이 하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이 지나치면 과욕이라 했고 성경에서도 욕심은 재앙을 부르고 재앙은 죽음을 부른다했던가. 이재명 변호사 대납의혹을 제기했던 이모씨가 사망하기전 페이스 북에 남긴 몇 자의 기록이 세간의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기록의 힘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동안 버닝썬부터 비트코인, 상상인저축, 전 기무사 사령관 등 수 십건도 넘는 의문의 죽음들은 진실이 언젠가는 드러나겠지만 사람은 죽어도 기록은 남는다.

오늘도 이 칼럼이 언젠가는 소중한 자료로 남기를 바라며 참으로 고마운 독자분들에게 기록의 소중함을 전해본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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