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시대가 변한다고 사람까지 변해서야
[덕암 칼럼] 시대가 변한다고 사람까지 변해서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1.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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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임인년 민족 대명절이 다가왔다.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인데 3일과 4일을 연차로 쓰면 5일과 6일까지 내리 9일을 쉴수 있다.

토요일을 반공일로 반만 쉰다는 개념이 놀토라는 격주 5일제로 바뀌었다가 완전 주 5일제로 정착됐다.

이후 대체 공휴일이 생기면서 쉬는 날에 대한 반가움은 누군가의 환호와 누군가의 한숨으로 변했다.

이제 주 4일제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과연 누가 웃을까. 공무원들, 대기업이나 기타 쉬는 날을 반기는 반면 자영업자들이나 하루 한 시간을 다투며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안 그래도 힘든 가운데 막다른 골목에 몰린 벼랑 끝이다.

시간이나 돈까지 정부가 개인간의 고용에 손을 대면서 당장에는 표심을 얻을 수 있겠지만 종래에 모두가 일은 조금하고 돈은 많이 벌겠다면 누가 장사를 할 것이며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까.

곰곰이 들여다보면 정치가 나라를 망치는데 앞장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남녀간의 갈등을 초래하는가 하면 인권과 공정이라는 이유로 경험은 무시당하고 군대는 고참·후임이 없으니 누가 돌격 앞으로의 총알받이가 될까.

어쨌거나 설 명절이 다가오자 거리마다 선물꾸러미가 푸짐하게 쌓여 고객들의 발목을 잡았고 귀향길에 나서려는 사람들의 기차표 예매는 여전히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 고속도로는 정체가 시작될 것이고 모처럼 만난 부모님과 친·인척들의 조우는 힘들었던 일상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차롓상에서 대통령선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은 당연한 것이며 설 민심이 곧 대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2년째 코로나19로 인한 초비상에 설 명절 고향집에 안가기가 자연스런 대세로 자리 잡았다.

1년 전과 2년 전 설 명절에 필자가 작성한 칼럼을 다시 살펴보면 설 명절에 고향가지 않는 대신 전국 곳곳의 관광지가 북새통을 이루니 무슨 바이러스가 부모님만 찾아다니는가 하며 지적한 바 있었다.

안 그래도 효도사상이 퇴색되어가는 시점에 코로나19는 가족회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명분이 되었다.

명절음식에 곤욕을 치르던 며느리는 살판났고 대신 배달음식에 모처럼 늘어지게 쉴 수 있으니 이처럼 호강스런 명절이 또 있을까.

고속도로는 귀향길이 아니라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정체가 증가하지만 이 또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얼마 못가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일 것이다.

서론에 어필하였듯 시대가 변한다고 사람까지 변해서야 될까.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비의 정기를 받고 어미의 몸을 빌려 태어나는 것임에도 언제부터 온갖 치장을 하고 아래위도 모르며 아둔함이 끝을 모를까.

고향에 계신 부모가 오지 말란다고 그 말을 곧이듣는 것도 문제지만 애완견에 더 연연하며 애지중지하는 모양새는 이제 전면 재수정되어야 한다.

필자 또한 두 마리의 개를 키우는 견주로서 열대어나 잉꼬까지 식구가 제법이지만 개인적 취향이 사람 구실을 타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늙어지면 몸에서 냄새도 나고 치아가 부실해져 음식도 골라먹게 되는 게 당연한 이치다.

이제 저출산 문제로 우려하던 통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적어도 20년 후에는 거리마다 늙은이들의 인파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며 부모에 대한 보살핌은 전면 간병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문제는 간병할 인원과 간병 받을 인원의 가분수다. 지금처럼 돈만 주면 정부 보조까지 받아가며 언제든 호출할 수 있는 공급이 아니라 과도한 수요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들을 무엇으로 채운단 말인가.

전체 복지예산 중 장애인이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보다 노인질병에 대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설날이면 한복에 세배하고 민속놀이에 함박웃음을 짓던 우리네 과거모습이 점차 옛이야기로 남고 있다.

어딜가나 사람보다는 스마트폰에 매달려 너도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어른의 질서가 사라져 간다.

이제 자율주행시스템이 전국 도로에 설치되면 졸음운전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현재의 모습이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며 굳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도 사라질 것이다.

명절날 고속도로 정체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향 안가기 열풍이 안가도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사라질 것이며 출산기피로 인한 형제간의 친·인척 호칭은 낯선 단어로 남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도덕성과 오랜 풍습이 언제부터 이렇게 기형적으로 변해 버린 것일까. 옛것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소중한것까지 모두 사라지면 민족의 자긍심과 우리 것에 대한 가치관은 어디서 찾을까.

관습이란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하나씩 쌓였을 때 나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전래되어 온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문명수준을 바꾸고 더 빠르고 정확한 첨단과학이 인류의 편의를 도모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이며 날때부터 핏덩이가 키워져야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짐승도 자신의 새끼는 소중히 여기듯 혈육이라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모아져 사회를 이루는 것이므로 기초 단위인 가족간의 대화와 만남은 명절이라는 명분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각자가 즐기며 필요에 의해서만 본다면 외려 짐승보다 더 나을게 없다. 곧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도 끝나고 대한민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불허다.

더 나아지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공산은 매우 적은 편이다. 모두가 잘살려면 돈과 문명도 중요하지만 사람다운 도리와 예의를 지키는 것 또한 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설 명절날 더 아픈 사람들도 배려하는 아량을 갖춰보자. 병실이나 교도소가 그러하고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새터민이나 경제적으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소외계층이 의외로 많은 게 현실이다.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보다 떡 한 접시라도 나눠먹는 조그만 배려가 모아질 때 훈훈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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