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비나이다, 비나이다
[덕암 칼럼] 비나이다, 비나이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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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산신령님, 용왕님, 하느님, 부처님께 비나이다. 코로나19 물러나고 임인년 새해 집집마다 건강하고 웃음꽃 피는 대한민국 될 수 있도록 두손 모아 비나이다.

아무리 빌어도 비는 사람의 마음일 뿐 다시 오미크론이 창궐하고 거리두기는 2주간 더 연장됐다.

자영업자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끝없는 코로나 검사 행렬은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게 아니라 외려 줄서서 확산을 불러일으키는 양상이다.

이번 오미크론 역시 인공지능을 가진 바이러스다. 오후 9시 이후에나 출현하여 4명 이상 모여 있으면 옮겨 붙는다.

필자가 아니라 방역당국의 지침이 그러하다는 말이다. 이재명·윤석열 두 예비후보나 측근들이나 구름같은 인파에는 절대 근처에도 안가는 바이러스, 대선후보들에게는 관대한 병균이다.

아마 누가 되든 당선후에는 오미크론 바이러스한테 한 자리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다하다 이젠 지방자치 단체장들이나 동네 이장이 해야 할일까지 대신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있는가 하면 현재 처해진 질병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 격리에 대해 생활지원을 안내하고 확진자는 이제 하루 3만 명을 넘어서니 이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일까.

각설하고 사람이 살다가 힘에 벅차면 신을 찾는다. 그리고 기도하며 의지해 보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인간의 기도나 바람이 빈다고 해결된다면 안 빌 사람이 누가 있으며 물에 빠지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기도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른 재난지원금이나 기타 금전적 혜택을 보고 있지만 많은 문화, 예술, 체육인들은 소외돼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다.

필자가 직접 만나본 한국문화예술인협회의 소속 예술인 약 8만 명이 그러하고 나름 경륜을 갖춘 무당이 그러했다.

무당은 순수한 우리말이고 무속인은 무당에 속하는 사람이란 뜻이므로 무당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토속신앙으로 자리잡고 있는 무당은 불교와는 달리 점을 보고 굿을 하는가 하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치성을 올리기도 한다.

현재 국내 활동 중인 무당은 약 40여 만 명, 굿을 하면 3명의 무당과 징을 치는 사람과 제수음식을 공급하는 업자는 물론 굿당을 임대하는 사람까지 평균 10명, 많게는 20명의 관계자들이 생업을 기대고 있다.

대략 추산해도 약 400만 명 가까운 무당과 관계자들이 정부지원금의 사각지대에서 속수무책 주저앉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견해는 어떨까. 교회나 절을 가면 폼이 나고 무당을 찾으면 천하고 촌스러우며 남의 이목을 의식해야 할까.

우리네 조상님들은 건강한 자손 낳게 해 달라고 장독대 위에 정한수 떠놓고 빌고 군대 간 아들 무사하라고 뒷마당 굴뚝 옆에서 빌고 온갖 치성을 드리며 그렇게 간절한 바람을 이어온 바 있다.

알 수 없는 병이 들거나 이리저리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면 막판에 굿이라고 해보면 살길을 찾는 이들도 수없이 많은 게 현실이다.

막강한 위치의 정치인도 선거에서 재선할 관운이 있는지 유명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보고 모 대선후보도 아무개 법사가 등장하며 무당과의 연관성이 세간의 입에 화제가 되기도 한다.

어쩌다 우리 조상들의 토속신앙이 터부시 되었을까. 막상 급할 때는 손을 내밀면서 사이비 종교 보듯 가시눈 뜨고 보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자세다.

필자는 기독교나 불교도 아닌 무신론자로서 마땅히 빌 데가 없으니 국가에서 정한 개천절 날 단군할아버지한테 기도를 올린다.

걸핏하면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가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고만 해도 드릴 수 있는 건 없는 처지다.

그나마 제단에 올린 과일이나 육포도 다시 회수해서 소주랑 마셔 버리니 조상신을 상대로 마냥 졸라만 대는 형국이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나설테니 도와 달라며 비현실적인 응석까지 피운 바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몇 차례 걸쳐 지원금을 풀었지만 정작 아프다 힘들다 표현조차 못하고 있는 예·체능 계열과 무당 등 무자격자들을 대상으로 지급 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코로나19 확진자에 포함되거나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자영업자만이 국민은 아니며 마치 생색내듯 지급하는 정책도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어떠한 형태든 기도를 하며 현세에 선한 삶을 권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힘든 자에게 작으나마 격려가 되고 벼랑끝에 매달린 사람에게 용기라도 심어 주는 게 성직자다.

이들에게 매출증빙과 4대보험 증명서를 요구한다면 그 잣대는 사람이 만든 형식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이다.

먹고 사는 방법이 방역당국의 잣대를 벗어난다 하여 사각지대에 방치해 버리면 이들의 극단적인 상황은 누가 해결할 것인가.

방울을 흔들며 작두를 타는 무당만 연상할게 아니라 우리민족 고유의 무형문화 전통을 이어가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다.

돌이켜 보건대 사람 사는 세상은 모두가 어우러질 때 진정한 향기가 나는 것이다. 오색 깃발을 들고 성황당 나무에 오색천이 나부끼는 용인민속촌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건 우리 것에 대한 가치와 귀함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어쩌다 물 건너 들어온 타로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손금이나 관상, 이름까지 풀어서 사람의 운명을 논하는 명리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았을까.

이렇듯 사람 사는 세상은 바위에 이끼가 끼고 시냇물 돌 틈에 송사리 같은 미물도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말없이 버티고 있는 예·체능과 무당계의 긴급 구조에 서둘러야 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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