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김건희 여사 ‘호칭의 정치학’...부인 이슈에 따라 女史·氏, 서로 호칭 바뀌어
[정웅교의 정치분석]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김건희 여사 ‘호칭의 정치학’...부인 이슈에 따라 女史·氏, 서로 호칭 바뀌어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2.02.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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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씨’ → ‘김건희 여사’로 전환...1월 16일 MBC ‘김건희 씨 7시간 통화 녹취록’ 일부 공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여론 계기
- ‘김혜경 여사’ → ‘김혜경 씨’로 전환...1월 28일 SBS,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보도 계기
▲정웅교 기자
▲정웅교 기자

[경인매일=정웅교 기자] 정치권과 방송 등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여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호칭이 부인 관련 이슈에 따라 바뀌고 있어 흥미롭다.

여사(女史)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 또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 주로 성명 아래 붙여 쓴다>이다. 

씨(氏)의 사전적 의미는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 주로 글에서 쓰는데, 앞에서 성명을 이미 밝힌 경우에 쓸 수 있다>이다.

한마디로 여사는 존칭어이고 씨는 비존칭어이다.

작년 중반기부터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여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은 발표문이나 방송 등에서 김건희 대표를 주로 ‘김건희 씨’로 호칭하였다.

반면에 여권 인사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여사에 대해 꾸준히 ‘김혜경 여사’로 호칭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권 인사들과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인사들과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은 방송 등에서 김건희 여사의 호칭을 여사로 부를 용기가 없어 김건희 씨로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2022년 1월 16일 MBC가 김건희 여사의 ‘7시간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여론이 일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팬카페 회원이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이런 여건에서 여야 인사들과 정치평론가들이 방송 등에 출연하여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간간이 쓰기 시작하여 현재는 국민의힘 인사들과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은 방송 등에서 ‘김건희 여사’ 호칭을 주저 없이 주로 쓰고 있으며, 여권 인사들도 ‘김건희 여사’ 호칭을 자주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혜경 여사의 경우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김건희 여사와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2021년 12월 27일 국민의힘 법률지원단(단장 유상범 의원, 부단장 이두아 전 의원 등)은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 소속 5급 사무관을 수행비서로 채용한 일과 관련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여사, 수행비서 배모 씨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28일 SBS는,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 씨의 주장을 토대로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으로 사실상 김혜경 여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배소현 당시 사무관이 김혜경 여사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지시했다는 이른바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법인카드 유용, 빨랫감 심부름 등 다른 의혹 보도가 여러 언론에서 잇따라 나왔다.

이 논란이 불거진 후 2월 2일 김혜경 여사와 경기도 배소현 전 사무관은 각자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2월 3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이른바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는 서면 입장문을 발표했다.

2월 4일 이재명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우리 동네 공약 언박싱데이' 행사 후 취재진과의 백브리핑에서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의약품 대리처방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틀째 사과했다.

이처럼 김혜경 여사에 대한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 인사들과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은 으레 그래 왔듯이, 이번에는 주저 없이 ‘김혜경 씨’로 호칭하였고, 민주당 인사들과 여권 성향 정치평론가들조차도 방송 등에 출연하여 ‘김혜경 여사’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주저하며 대부분 ‘김혜경 씨’라는 호칭을 쓰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해서도 자신이 속한 진영의 대선후보 부인은 ‘○○○ 여사’로 호칭하며 존경의 뜻을 표하고, 반대 진영의 대선후보 부인은 ‘○○○ 씨’로 호칭하며 격하시키며 차별적·이중적 표현을 쓰는 것은 자신의 진영으로부터는 박수를 받겠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과 거부감을 준다.

이제 여야 정치인들과 방송 출연자들 등은 대선 후보 부인에 대한 호칭을 형평성 있게 통일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격하시키고 자신을 격상시키는 표현은 오히려 거부감을 사게 되어 스스로 격하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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