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덕암 칼럼]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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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십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가는 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를 겪고 겪은 나머지에서 나온 고사성어 내지 사자성어들인데 백년도 못 사는 사람들의 오만함이 이를 간과하다보니 흘러듣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권력층의 탐욕은 민중의 분노로 이어져 다른 권력을 창출하지만 이 또한 고인물이 썩는 것처럼 초심을 잃고 부패해간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듯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면서 죄 없는 백성이 죽거나 영토의 경계선이 변경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했던가. 이미 지난일은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하지만 과거를 면밀히 살펴보면 미래가 보이기에 지난 선조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살펴보고 향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후대들에게 뭘 남겨야 하는지 짚어보자.

이 같은 역사적 책임감은 개인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지만 세대간의 책임감과 민족적 자긍심에 달린 문제이므로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먼저 지금의 대한민국의 전 단계는 대한제국이 전신이다. 일제 치하에서 어렵사리 나라를 되찾은 것인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애국 열사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쳤던가.

김구, 유관순, 윤봉길, 이름만 대도 교과서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분들이 나열되지만 군국주의에 젖어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일본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당한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이다.

우연일까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권총으로 민족의 한을 대신한 뒤 정확히 70년이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권총에 사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일제치하에서 독립을 주장한 것과 군사정권이 탄생시킨 유신체제의 한계점이 극에 달하면서 누군가의 행동하는 양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와 김재규 부장의 시해사건은 근본이 다르지만 내재된 요인들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미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1906년부터 조선에는 국채보상운동과 함께 농촌 계몽운동이 시작됐고 1907년 고종의 강제퇴위와 한일신협약의 체결, 군대해산에 따라 전국적으로 의병이 일어나자 안중근 의사는 강원도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1908년 6월에 특파독립대장 겸 아령지구군사령관으로 함경북도 경흥군 노면에 주둔하던 일본군 수비대를 격파했으나 일본군의 기습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패배했다.

이때 기습공격을 받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투에서 사로잡은 일본군 포로를 국제법(개정 이전 만국공법) 의거해서 석방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식민국이 지배국도 못하는 명분을 쌓은 셈이다.

1909년 3월 단지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그해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거사를 일으킨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구국의 의지로 전의를 불태웠던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할 당시 나이는 불과 31세였다.

17살에 결혼하여 한창 신혼생활에 행복해야 할 안중근 의사는 이미 20대 청년부터 오로지 애국지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의 포부도 개인적인 분노나 보복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했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약소국이 아니라 식민지배하의 국민으로서 일본의 만행을 일일이 열거하여 거사의 명분을 전세계 언론에 조명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인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사형 당했다.

그는 당시의 세계 정세를 ‘약육강식풍진시대’ 서양세력이 동양에 뻗쳐오는 시기를 예견하고 동양의 단합을 강조했다.

일본, 중국, 조선이 하나로 뭉쳐 서양세력을 견제한 후 각 국의 미래를 밝혀보자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판단으로 러일전쟁 때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한국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일본의 명분은 올바른 것이라며 조선이 일본을 지원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까지 동양 평화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양평화의 약속을 깨뜨리고 한국의 국권을 빼앗았기 때문에 한국의 원수가 되었으며 한국이 독립전쟁을 벌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단정 지었다.

112년 전 오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사형선고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러라고 어렵사리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살펴보자.

대통령 자리를 두고 서로 얼굴에 침뱉기에 열을 올린다. 그 내역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필자의 말이 아니라 상대 후보들이 성토하는 내용은 입에 담기조차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부끄럽고 낯을 들 수 없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뭐라 설명할 것이며 역사에는 어떤 내용으로 기록될까. 소수의 탐욕이 낳은 일국의 체면은 낭떠러지를 향하고 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현재 빛나는 대한민국이 애국으로 수놓은 과거 덕분이었다면 작금의 상황이 미래에 파국 내지 망국으로 기록될까 두렵다.

필자는 소수의 권력욕으로 나라가 망국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바른 정치가 실현된다면 한류문화만 상품화 시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잠재력이 사장되는 암담한 현실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오늘 20대 대통령 본 후보 등록이 마감된다. 구국의 의지로 추진했던 본 후보 등록이 비록 추천인을 못 채워 실패했지만 누가 되든 20대 대통령은 발가벗은 채 모기떼에게 뜯기는 자리라는 걸 미리 경고한다.

그리고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를 정상 궤도로 운항하기에는 고도의 인내력과 성군의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당선의 샴페인을 터뜨리기 전에 현대판 경신대기근이 기다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사를 제외하고도 전국민의 10%가 5년 이내 삶을 포기하는 최악의 미래가 예견된다.

예상이 빗나가길 바라며, 앞으로의 5년이 참으로 염려되는 것은 선대가 이뤄놓은 나라를 현대가 말아먹으면 후대에게 뭐라 해야 할 지 대략 난감이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국민들이 더 이상 굿판의 꽹과리 소리에 춤추지 말아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한번이라도 유심히 살펴보라. 그 안에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답이 있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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