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침묵은 묵시적 동조다
[덕암 칼럼] 침묵은 묵시적 동조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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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분야로는 공직자와 언론, 종교, 문화예술, 체육단체는 물론 모든 관변단체가 그러하고 사단, 재단, 임의 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인원수만 채워지면 정치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과시하며 특혜나 편익을 추구하니 부패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신과 인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종교지도자나 성직자의 기능과 역할은 신앙인들의 심리적 안내 역할을 하는 참으로 귀하고 중요한 만큼 본연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최근 살벌한 대선의 도마 위에 등장하는 종교인들의 논란을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의구심이 간다.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종교인들의 정치개입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유권자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교회의 인원수는 정치인들이 가장 매력을 많이 느끼는 곳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고 표와 특혜를 맞바꾸는 거래에 의해 공정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니 누가 누굴 탓할까.

결론은 공범이고 세력에 줄 서지 못하는 사람들만 바보 되는 세상이 되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허탈감이 커지는 것이다.

그래도 세상이 굴러가는 건 이같은 얌체가 일부에 국한되며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름 각자의 본분을 다한 덕분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이 이어져온 것은 아닐까.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신천지가 오늘의 주제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발언을 모아보면 둘 중 하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내용이다.

누구의 말이 맞든 틀린 쪽은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미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신천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용감무쌍한 돌격으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단으로 치부하던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격이니 신천지를 강하게 다루는 만큼 반대급부적인 교인들의 표는 자연스레 몰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독교인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 신천지를 몰아세웠다는 말이나 증거는 감히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시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반려한 윤석열 후보에게 다그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윤석열 후보가 무속인의 조언을 듣고 압수수색을 반려했다거나 신천지의 비과학적 주술로 국정을 농단하게 될 가능성 매우 높으며 국민의힘 경선기간 윤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도 허위 프레임 씌우기로 규정하며 법적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2년 전 이맘때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감염병 위반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야밤에 가평 신천지 연수원을 전격 방문, 동행한 기자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기자회견에서도 손목에 찬 시계를 두고 일파만파 말들이 많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관한 점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국민들의 오판만 남긴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만희 총회장은 1931년 생으로 1984년 신천지예수교 증거 장막 성전을 창립한지 37년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2021년 당시 90세에 이르는 노년으로 2012년부터는 해외를 순방하며 세계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한 세계 평화유지에 일조해 온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1월 13일 횡령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으로 수원지법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아 104일 동안 수원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요란한 구속 뉴스 대비 무죄 소식은 전무했다.

마녀사냥이 끝나도 먼지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없었다. 신천지 입장에서는 시련이 훈련이 된 셈이고 탈탈 털어도 건질 거 없이 무죄로 풀려났으니 외려 털어도 먼지 안 남을 보여준 셈이 됐다.

그랬던 신천지가 이번 대선의 선거개입으로 논란이 반복되었으니 이제는 맞고 아니고를 당당히 밝히거나 사실을 인정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시점에 도래했다.

‘침묵은 묵시적 인정’이라 했다. 자신이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남이 맞다면 맞는 게 요즘 한국사회의 선입견이다.

필자 또한 신천지 성도들과 국경일 행사도 치르고 크고 작은 이웃돕기 행사도 치렀지만 외부의 편견을 방관하는 것은 당사자의 안일한 자기관리의 부재라 볼 수 있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때 한번 호되게 당했으면 아닌 건 아니라 할 수 있는 용단도 하느님이 허락하는 용기에 해당된다.

그동안 신천지에 대해 객관적 입장을 글로 작성해온 장본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은 종교인들의 당연한 자세이자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신천지의 선거개입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신을 빙자한 신앙인들의 선거운동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자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패거리정치의 공범이다.

그 대상이 어떤 교회이든 마찬가지이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 교회 전반에 걸친 정치개입과 각종 부조리를 대대적으로 청산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반면 이만희 총회장이 오로지 종교인으로서 정도를 걸었다면 걸맞는 대우와 예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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