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말장난도 사는 재미다
[덕암 칼럼] 말장난도 사는 재미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2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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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연중 1년 행사의 의미를 돌아보면 별의 별 날이 다 있다.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라 하고 11월 11일을 빼빼로 과자 닮았다 하여 ‘빼빼로 데이’ 또는 흙토가 세 번 모였다 해서 ‘농민의 날’이라고도 한다.

슬슬 짚어보면 한도 끝도 없다. 특별한 기원 없이 숫자의 조합을 기념일로 정한 날들은 외우기도 쉽고 나름 크고 작은 이벤트를 통해 해당 일에 대한 기념비적 인식의 폭을 넓혀간다.

거두절미하고 오늘은 2022년 2월 22일이다. 시간적으로 22시 22분 22초라면 2자가 12개나 겹치는 날인데 한번 더 2자가 더해지려면 2백년은 기다려야 한다.

연중 행사로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 몇 십 년만에 한번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이나 운석의 충돌처럼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날들에 대해 뭘 해보면 적당할까.

대통령선거나 코로나감염 소식은 더 이상 보도할 가치도 이유도 명분도 사라졌다.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여전히 국민들이야 죽든말든 자신들의 정권욕에 눈이 멀어 뉴스마다 도배질을 하니 누가 되든 빨리 대선이 끝나야지 국민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렇다면 오늘밤 10시 22분 뭘 해야 지친 삶의 깨소금 같은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를 보면 귀가 솔깃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편지를 주변사람에게 전달해야 행운이 오고 안 하면 불행이 올 것처럼 겁을 준 내용이 있었다.

이후 행운의 편지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아무상관도 없는 한국 땅에도 상륙했다. 어쨌거나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건네지는 행운의 편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반면 사람의 암시력이 모아질 때 초능력이 발생하는데 절대 다수가 지극히 원하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논리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정치판 돌아가는 꼴이야 누가 말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는 연일 재난지원금 푼다며 사탕을 들이대니 일할 생각보다는 가만 앉아서 용돈 받으려는 습관에 나태함만 늘어간다.

위의 3가지를 조합하면 특정 기념일에 각자의 마음을 담아 동시에 행운의 편지를 전달하면 다수가 원할시 바람이 이뤄지고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임을 어필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2자가 12번이나 겹쳐지는 날 우리는 어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네덜란드의 행운의 편지처럼 모두가 기원하는 메시지에 이런 내용을 담아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복지란 이름으로 나태의 극치를 달린 국민들의 안일함. 페미니즘을 앞세워 여성들의 표를 얻은, 대신 나라꼴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현실, 인권 운운하다 군기 빠진 병영으로 국방의 현주소에 나사가 풀린 현실, 내 사람 심기로 조직이 부패하고 종래에 국민들의 행정서비스가 질적으로 하락한 현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군사부일체의 정신은 간데없고 학생들은 교사에게 대 놓고 욕하는 현실, 근로자들은 땀 흘리기를 거부하고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시킨 현실, 이 모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원인에는 놀고 먹게 해준다고 표를 달라던 정치인들이나 그런다고 표를 준 이기적 심성의 국민들이 공범이 되어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것이니 이 점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 국민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누가 누굴 탓하랴. 정치판에서 아무리 사탕을 뿌리고 솜사탕을 날려도 아닌 건 아니라는 중심만 잘 잡았으면 정치가 이렇듯 안하무인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고로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것인데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사람도 생기는 것과 일치한다. 필자는 국민들의 자각이 국가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위정자들이 돈으로 장난을 쳐도 안 먹히면 될 일이다. 그런고로 오늘밤 행운의 시간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면 어떨까 제안한다.

“이 편지는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에 22분에게 동시에 보내지는 것입니다. 편지의 출발은 대한민국이며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천정부지의 아파트는 살 수 없으나 작은 내집이라도 마련하는 세상을 허락하소서. 더 이상 주4일제로 게으름을 늘게 하지 마시고, 스마트폰보다 책을 가까이 하는 국민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돈으로 의사도 살 수 없고 코로나19도 해결할 수 없지만 감기약만 먹으면 낫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날로 삭막해져가는 인간관계는 정부가 서로 미워하고 경계하며 신고하도록 만든 제도에 불과하니 사람들이 악해지지 않도록 이웃간에 사랑을 심어주소서.

끝으로 이제 보름 남은 대통령선거에서 겸손하지 못하고 인간성이 부덕한 사람은 절대 지도자로 선택되지 않도록 전체 14명의 후보를 찬찬히 살펴보는 안목을 주소서” 이런 편지를 나눴으면 한다.

이 편지를 동시에 22명에게 보내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리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보는 것도 방법 아닐까.

별걸 다 갖고 숫자 놀음 한다고 핀잔하기 전에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국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안일함을 인정하고 얼마 남지 않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라는 것은 아닐까. 안 해도 해도 그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다보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돌아보면 종교, 지연, 학연, 각종 단체들의 난립으로 애시당초 정상적인 선거풍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있는 그대로 법대로 해보면 정당정치와 언론의 굿판은 대한민국 선거풍토 조성의 기본적인 텃밭이었다.

피할 수 없는 현실 살아보자. 어떡하든 끝은 나겠지. 버티는 자 살아남으리니 산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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