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덕암 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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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필자가 오랜 기간 글을 쓰다보면 간혹 세상사에 대해 주저리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세상사’라는 게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과거 같으면 옆집·뒷집 아이들 대학시험 합격한 이야기나 앞집 부부싸움도 뜻밖의 뉴스가 될 수 있으며, 물을 길러가던 공동수도만 해도 온갖 소식을 다 접할 수 있는 우물방송국이었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수도가 있어 그럴 일이 없겠지만 대신 밴드나 카톡, 페이스 북 등 SNS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이야기도 자고나면 손바닥에 있으니 잘됐다 해야 할지, 아니라 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왜냐면 정보의 홍수는 검증되지 못한 이유로 오류의 범주가 넓어지고 아무리 진실 되고 중요한 얘기를 전해도 이미 다 들은 말이 되고 보니 뉴스의 희소가치도 사라지고 화려한 미사여구에 식상한 사람들은 좀처럼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오늘은 필자 나름대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한다.

인구 70만의 경기도 안산에는 안산가로수라는 생활정보지가 운영 중이다. 28년째 생활정보를 모아 발행하는 안산가로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광고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과의 전화상담이 주를 이룬다.

저녁이면 편집을 해서 인쇄소로 넘기고 새벽 2시가 넘으면 인쇄소에서 넘겨받은 신문을 지역별 배달원들이 추운 겨울이나 비 오는 여름날이나 가리지 않고 시내 곳곳에 비치된 배포함에 꽂아둔다.

광고는 각자가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지 필자가 좋아서 광고하는 사람을 한 명도 없다. 당연히 구인, 구직, 부동산, 중고차 등등 모든 분야에서 광고 게재를 요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광고주와 허심탄회한 넋두리를 듣게 된다.

생활정보신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누가 연락해도 편안하고 덤덤한 현실을 아무 경계심 없이 털어놓게 되는데 이야말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가장 민감하고 정확한 통로였다.

구직을 하면 뭐 하냐. 며칠 되지도 않아 취업자리를 구하는 근거가 필요하다며 도장이나 찍어 달라며 가버리고 숙련공은 어디 가서도 구할 수 없어 조금만 힘들만 그만둬버리니 외국인들이 대거 입국하지 않는 한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방에 운영 중인 고추밭, 양파, 대파 밭은 더 심하다. 어렵사리 구해도 며칠만 지나면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간 동료까지 들쑤셔 임금을 올려달라거나 아니면 가버리기 일쑤라고 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고용을 해도 주5일제, 대체공휴일에 조그만 안전사고만 있어도 산재로 드러눕거나 말 한마디만 불쾌해도 인권 운운하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판이니 사람이 두려워 쓸 수 없다는 전언이다.

뿐일까. 급증하는 4대 보험료에 중소기업의 살림은 아무리 헤어나려해도 일어설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대선후보라는 사람은 주4일제로 평등을 주장한다.

아예 주3일이나 주2일제도 표만 얻을 수 있다면 공약으로 내거는 건 어떨까싶다. 이미 대기업이나 공직자들 사이에 연중 휴일을 모두 빼면 좋아할까. 일반 기업에서는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인구 55만의 서해안 거점도시 시흥시의 경우 34년째 운영중인 시흥알림방이 있다.

이 또한 도농복합 지역이 상당한 관계로 생활정보신문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광고주들과의 상담 과정을 살펴보면 월셋방, 주방보조, 제조업 직원 등 생활속에서 서로 필요한 정보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필자의 전화에 오르내린다.

일반 서민들의 삶을 이처럼 정확하고 세부적으로 읽어볼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먹고 살게 없어서 내놓은 중고차, 가게 문을 닫고 헐값에 내놓은 중고집기, 1년이 넘도록 임대가 되지 않아 급매물로 내놓았지만 대체 들어올 사람이 없는 현실. 이러한 서민들의 현주소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알까.

임병택 지방자치단체장이 알까. 자리가 높은 만큼 당연히 알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더러 청취하는 작은 관심과 배려로 애민사상 가득한 관료가 되길 바란다.

한때 야심한 밤에 암행을 다니는 어진 성군이 있었다. 어려울수록 백성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경신대기근이 닥쳤을 때 임금은 이런 말을 했다.

“허물은 내게 있는데 어찌 재앙은 백성에게 머문단 말인가.” 필자는 임금도, 대통령도 아니며 아무 관직도 없는 민초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의 실낱같은 생활정보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단전·단수로 불 꺼진 집에서 막막한 삶을 지키는 국민들의 현실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공감한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고, 저출산의 답이 없는 게 아니다. 두 곳에 물 쓰듯 퍼다 쓸 예산으로 일하려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두 배로 상향시켜 올려주고 안정적인 수입이 유지된다면 어찌 이를 믿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치 않을까.

합법적인 외국인근로자는 제대로 대우하고 불법체류자는 자국으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일하지 않으려는 한국의 근로자들은 다시 장갑을 끼고 땀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 길만이 장차 우리나라가 사는 길이요. 게으른 국민은 절대 잘살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최근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를 보라. 그렇게 잘 나가던 국가가 하루아침에 지구촌에서 애물단지가 되어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을 다음 차례는 피하지 못할 순서로 대한민국이다.

아무리 대안을 설명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 뭐할까. 이미 놀고먹는 복지에 길들여졌으며 여자들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청년들은 왜 군대를 가야하느냐며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현실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정치가 표를 구걸하면서 던져준 사탕들이 치아를 상하게 하고 물불 가리지 않고 떠받들며 오로지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인들 마다않는 한국정치는 이제 서서히 대대적인 혁명의 도화선에 한번은 뒤집어져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 죽어봐야 저승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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