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가뭄 밭에 물주기 행정
[덕암 칼럼] 가뭄 밭에 물주기 행정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03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비가 오지 않아 작물이 타죽는 만큼 가뭄이 계속 되는 날, 작황을 걱정하는 농부가 물 양동이를 들고 밭에 나갔을 때 어떻게 물을 줄까.

가장 마른 곳부터 당장 주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곳에 먼저 줄까. 주기 편한 입구에만 여러 차례 뿌릴까.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떨까. 여러분이 밭주인이라면 신발·양말 벗어던지고 먼곳의 마른 곳부터 주겠지만 품삯을 받고 일용직으로 채용되었거나 누가 일일이 지켜보는 이가 없어 일해도 생색이 나지 않는다면 임의로 한계선을 그어놓고 물주는 방식을 정해 뿌릴 것이다.

지금까지 6차례 뿌려진 방역지원금,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이름도 화려한 명분의 코로나정책자금이다.

천문학적인 현금을 뿌렸음에도 이로 인해 벼랑끝 국민들의 탈출구가 대체 얼마나 해결되었으며 무슨 성과를 얻어냈단 말인가.

코로나19 발병이후 이 같은 지원정책에 대해 적어도 10여 차례나 지적한 것은 돈을 얼마나 어디에 뿌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곳이 급한지 책상에 앉아 머리 굴리지 말고 현장을 발로 뛰어 다니라 했다.

문화 예술인들은 쫄쫄 굶어도 관련 공직자들은 급여가 줄거나 기존 업무 외에 배고픈 관련자들의 처우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지원금 지급 매뉴얼과 확인절차를 보면 얼마나 안일하고 현실을 참작하지 않은 방법을 마련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줄어든 매출이 증명되어야 하며 신용불량자는 안 되고 스무 고개 넘듯 이어진 질문에 정답을 맞추면 마치 ‘당첨 되셨습니다’라는 의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 무슨 짓인가. 외려 없고 힘든 국민들 약 올리는 수준이며 가뭄의 밭에 대충 물 뿌리기나 진배없는 행위다.

코로나19 발병이후 정부의 방역정책을 준수하다 망한 사람은 다 망했는데 폐업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한다.

받던 사람은 계속 받고 이런 제도조차 있는지도 모르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매뉴얼에 맞는 정답을 못 맞추면 여지 없이 제외된다.

정작 급한 국민들은 당장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 이런 정책에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끊기거나 전기나 수도까지 끊긴 벼랑끝의 국민들이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알리 없다.

적어도 소명자료를 제출해서 지원금을 받을 정도면 살 사람은 산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다리품을 팔아가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일단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보급형 생필품과 식료품을 공급해야 한다. 차비가 없을 수 있으니 놀고 있는 전세 셔틀버스라도 예산을 투입하여 필사의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굶어 죽는 아이들·노인들, 방치되어 버티는 최저 극빈층을 구조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더라도 지금처럼 민심이 삭막하다면 고독사나 반사회적 범죄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기본요금 수준의 휴대폰 요금납부, 전기·수도 요금납부는 일단 정부가 해야 한다. 불과 수 만원에 불과한 공공요금을 못낸 사정이라면 나머지는 말 안해도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약계층의 소녀들이 성매매로 내몰릴 가능성,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거나 혼자 남은 소년·소녀가장들이 자칫 범죄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보급형 생리대도 지급하고 화장지나 최소한의 세면용품도 지급해야 한다. 사람이 먹고 씻고 정신을 차려야 ‘재난지원금’이란 제도가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살 궁리를 찾는 것이지, 죽기 살기로 버티는 생사의 낭떠러지에서 무슨 이성적 판단이 들까.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면 밑바닥부터 다시 챙기며 점검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누런 잠바 입고 세종청사에 앉아 천년·만년 해먹을 것처럼 상황보고만 받는다고 장관은 아니다.

그런 장관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지금 당장 한전, 상수도사업소, 통신사의 통계를 보고받아 단전·단수·통신두절의 실체부터 파악해 보는 것이 맞는 것이다.

가뭄의 밭에 걸핏하면 물 퍼다 뿌리는 헛짓은 지금이라도 중단하기 바란다. 세금계산서 발행하지 못하고 비공개 된 수천 가지 업종을 전면 재검토해서 누가 어느 구석에서 어금니를 물고 물로 배를 채우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보라.

모든 행사가 중단되어도 예술 관련 공직자들은 여전히 초과 근무수당까지 챙겨가며 요리조리 눈치껏 세금 도둑질을 해먹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전국의 문화예체능 뿐만 아니라 출입이 중단된 공공시설물의 관리자나 행정기관의 얌체같은 공직자들 수당을 체크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나라 살림을 잘하는 것,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기본만 잘해도 되는 일이며 어려울수록 공직자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게 근본인 것이다.

그래서 공공의 종‘공복’이라 하며 국가의 녹을 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직종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법조계도, 언론계도, 의료계나 금융계도 모두 스스로 긴 세월 신뢰를 잃었기에 자멸의 길을 걸었다. 공무원들이 지금처럼 어려울 때 앞장서서 국민의 어려움을 살핀다면 그 노력과 정성은 두고두고 공직자의 자부심과 긍지로 남을 것이다.

어려울수록 조금만 잘해도 신용을 쌓기 쉽다. 반대로 잔머리 굴리고 뺀질거리다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차피 하려거든 제대로 하는 뜻이다.

언제 국민들이 돈 달라 했는가. 민심이 어려워지니 돈 얘기 꺼내서 흔들어대니 현실적으로 별 도움도 안 되는 몇 십 만원부터 뿌려대다 이제 몇 백 만원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자영업에 이골이 난 경험자로서 한번 엎어먹은 자영업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간접비가 만만찮은 것이다.

매달 제때 월급 받는 철밥통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궁리를 짜니 이런 탁상행정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영업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어떤 것인지 현실적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이래서 전문가가 관직에 앉아야 조직이 제 기능을 하는 것이며 ‘인사가 만사’인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