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덕암 칼럼]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07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공인일수록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아니라 대통령선거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상대에게 뱉은 말이니 선거법 운운할 일은 아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호 1번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대해 뱉은 말을 정리해 보면 책으로 한 권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방대하다.

부인의 학력 위조부터 주식 투기까지 천하에 둘도 없이 비도덕적인 후보로 말했다.

다음 기호 2번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뱉은 말을 정리해보면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과정이 있다.

형수 욕설은 기본이고 대장동 사건부터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쁜 후보로 성토를 일삼았다.

반대로 공약에 대해서는 각자 자신만이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앞뒤 안 가리고 천지개벽을 이룰듯한 미래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구름같이 늘어났고 이제 뱉은 악담과 내세운 공약에 대해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심지어 시장, 군수들이 내세워야할 공약까지 모두 가로챈다.

대통령이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구분하지 않고 표만 된다면 2030여성들의 헛바람을 최대한 불어넣고 놀고먹어도 역세권의 아파트를 공짜로 준다거나 지금껏 못한 일들을 모두 할 수 있다고 세치 혓바닥을 마구 놀려댄다.

거짓말도 처음에야 어색하지만 자꾸 하면 느는 것이고, 나중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허언증에 걸리게 된다.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후보나 이를 믿는 지지세력이나 모두 민주사회의 미래를 좀먹는 공범이다.

나머지 후보들이야 이미 대세에 밀려 존재감조차 찾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민주주의 축제로 기록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불공정 선거 보도 지침을 보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견, 주장, 공약 등을 계속 반복적으로 게재하는 경우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의혹을 명확한 근거나 당사자의 충분한 반론도 없이 보도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8조에 의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위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러한 사실이 지켜졌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제 대선 투표일은 다가오고 역대 최다 사전투표로 초미의 긴장이 양대 캠프를 감싸고 있다.

무릇 어떤 일이든 때가 되면 지날 것이고 뒷정리 라는 게 따르기 마련이다.

먼저 상대후보에게 퍼부었던 온갖 비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당선의 욕심으로 책임지지 못할 말을 했다면 이는 유권자를 함부로 알았다는 증거다.

다음 공약에 대해서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욕심이 아니었다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과 실현 가능한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공약에 대한 지킴으로 매니페스토라는 도덕적 기준이 있었지만 얼마나 지켜졌던가.

말에 대한 책임이 아니면 말고 식이라면 이는 동네 반장선거보다 더 형편없는 수준이므로 국가의 지도자로 선정된 당선자는 이 점에 대해 분명 책임져야 한다.

앞서 거론한 비방이나 공약은 필자가 아니라 각 정당의 후보들이 한 말이므로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사고가 아니라면 분명 지켜져야 한다.

해도 너무한 것일까. 끝까지 우편으로 배달되어온 임명장을 보면서 이쯤되면 선거가 아니라 유권자에 대한 기망 수준임을 체감한다.

어차피 남의 말을 빌려 글을 쓰기로 한 날이다. “스스로 말고는 아무도 투표권을 뺏지 못할 것이며 그럴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투표하지 않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과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으면 손님"이라는 도산 안창호선생의 말이 생각난다.

어쩌다 선거가 더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덜 나쁜 사람을 뽑아서 최악의 나쁜 사람을 막는 수단이 되었을까.

플라톤은 그랬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고르는 일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이 다 해먹는다고 함석헌 옹이 남긴 말이다.

더 말해 봐야 입만 더러워지니 이쯤하고 택시를 타고 식당을 가도 한결같이 하는 말은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겠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혹여 특정인 편이라도 들어보면 거품 물고 그놈은 아니라고 난리를 친다. 그래서 다른 후보를 말해보면 그놈은 더 안 된다고 목청을 올린다. 이게 민심이다.

이미 정당에 줄서서 임명장을 받은 자들과 특정 후보에게 지지성명을 발표한 단체들, 표심에 우왕좌왕하는 후보캠프 관계자들을 보면서 이 선거가 끝나면 어쩔까 염려된다.

너무 멀리 왔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학교 반장선거도 적당히 밀고 당기다가 당락이 엇갈리면 씁쓸한 입맛 한번 다시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데 이번 대선은 서로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걸었다.

어느 한쪽이든 당선되면 낙선한 후보 진영을 아예 박살내지 않는 한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침을 뱉었다.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상대방 후보의 밑바닥까지 모두 까발려서 그냥 두고 보기에는 그 죄악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

어쩌면 당선자가 그냥 넘어가고 싶어도 유권자 눈치를 보던 참모진들이 악역을 맡아 칼을 휘두르지 않으면 집권 초기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국고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 차기 정부로 권력을 이양해야할 문재인 정부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온갖 명분으로 세금이야 더 거둬들이면 그만이겠지만 나라살림을 어쩌려고 이러는 것일까.

청와대에 들어앉아 대통령이라는 직책만 갖게 되면 온갖 부귀영화 속에 국민세금으로 수백 벌의 고급의류로 치장을 하든 공군 1호기를 개인 전용기처럼 타고 다니든 아무 상관없는 것일까.

이제 비슷한 꼴을 5년 동안 또 지켜봐야 한다면 국민들은 3개월 남은 지방선거에 목을 매다가 적당히 또 그렇게 유야무야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물가도 오르고 국민은 나태하며 정권은 부패하고 미래는 암담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